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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하나로 백만장자 된다|밑천은 고도의 지식…과학자의 기업경영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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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우리나라에서도 「머릿속에 든 지식」을 자본으로 기업을 꾸며 성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소위 벤처비즈니스 (모험산업) 라고 해서 선진외국에서는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회사를 설립, 몇 년 새에 백만장자·천만장자의 신데렐라가 되는 사람이 많다. 최근 기술의 다양화, 특히 전자계통의 기술이 복잡해지면서 국내에서도 공학박사들이 기업을 일으키거나 경영주로 참여하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산업구조의 재편성이라는 점에서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욱 증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식」을 자본으로 성공한 미국의 사례와 한국에서 태동되고 있는 소자본기술집약 중소기업의 실태를 살펴본다.

<미국의 예>
미국의 신데렐라는 제넨테크회사의 사장 「로버트·스원슨」(34)을 첫 손으로 꼽는다. 유전공학교수인 「허버트·보이어」 교수와 손잡고 세운 생명공학회사 제넨테크를 차린 MIT공대출신의「스원슨」은 회사설립 7년째인 요즘 억만장자로 평가되고있다.
27세의 인디애나대학생 「빌·베이커」는 자신이 개발한 손쉬운 컴퓨터프로그램츨 대기업에 빌려주고 4년만에 3백만 달러의 기술사용료를 받는 백만장자가 됐다. 그의 상점은 아파트방으로 벌써 4년째 고소득자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
「대니얼·필스트러」란 대학원생도 이 예에 속한다. 비시코프회사란 역시 컴퓨터 프로그램회사를 차려 4년만에 2천5백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필스트러」가 노린 것은 개인용컴퓨터를 갖고는 싶으나 전혀 이 분야의 지식이 없는 사업자·사무원 등. 그는 무식한 (?) 사람들도 손쉽게 쓸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든 것이 적중되어 돈방석 위에 앉게됐다.
재미한국인 가운데도 성공사례는 많다. 포천지에도 소개된 황규빈씨(45)는 75년 단돈 9천 달러로 차고에서 컴퓨터기업을 시작, 지금은 연간 매상액이 7천만달러에 이르는 텔리비디오사의 사장이다. 이 회사의 스마트형 컴퓨터 터미널은 이 부문에서 세계시장 제l의 점유율을 갖고있다.
펜실베이니아대 물리학박사인 한유학씨 (47) 도 72년 CVI레이저사를 설립, 80년에는 전미최우수 중소기업으로 선정됐고 금년에는 국내 (경기도 부평) 에 한국정광이란 합작회사까지 차렸다. MIT공대출신의 조요한씨도 타우트론 디지틀 측정기회사를 차려 회사설립 때 빈 30만 달러를 갚고도 수천만 달러짜리 회사를 일으켰다.
이처럼 아이디어 하나로 일어서는 회사는 7백50여개 반도체·컴퓨터회사가 몰려있는 캘리포니아주 팔로앨트의 실리콘밸리에 많다.
미국 컴퓨더소프트웨어의 시장규모는 82년에 36억달러, 86년에는 1백50억달러로 추정되며 이중 25억달러는 소형컴퓨터에 따른 것이어서 l인 기업은 앞으로도 증가될 전망이다.

<한국의 예>
우리나라는 미국과 비교할 수 없지만 그런대로 박사·석사 등 엔지니어들이 아이디어로 사업을 세우는 새바람이 일고있다.
대표적인 예는 워드 프러세서(문장구성기)와 마이크로컴퓨더를 생산하고 있는 큐닉스(주).한국과학원출신 4명과 상대출신 l명이 설립한 이 회사는 1년여만에 3배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사장은 서울대공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과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전과학원교수 이범천씨(32).
큐닉스는 지난해 9월l일 총l억 원의 자금으로 시작해 지금은 일반자산만 3억5천만 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직원의 평균 연령은 29세며 20여명의 대졸 엔지니어 중 12명이 석사학위 이상을 갖고있다.
이 두뇌를 바탕으로 컴퓨터시스팀 설계에 주력하고 있는 큐닉스사는 이미 신제품을 개발, 두각을 나타냈다.
이사장은 『우리는 독창적인 컴퓨터시스팀 설계능력을 갖고 있는 컴퓨터 기술용역회사라고도 할 수 있다』며 『해외진출을 위해 독특한 이름을 붙였다』고 말한다.
과학기술원 기계가공연구실장이었던 김장호박사(44)는 지난해 5월 자동기계장치 전문생산업체인 한국페스트사를 차렸다. 77년 유치과학자로 서독에서 귀국한 그는 서독기계회사에서 4년간, 국내회사에서 3년간 근무한 풍부한 경험을 갖고있다.
『연구소에서도 기업기술지도의 창구역할을 많이 했습니다. 지금은 평소에 생각하던 것을 실행에 옮기는 셈입니다.』 그는 대학에서 부전공으로 공장경영학을 이수할 만큼 기업에 관심이 많았다.
동양엘랑코주식회사 경영책임자인 박명치씨 (40)는 12년간의 연구소생활을 청산하고 지난해 10윌 기업에 뛰어들었다.
박씨는 과학기술원 공정설계연구실(화공분야)에 있으면서 기업체 수탁연구를 주로 수행했다. 그가 경영하고 있는 회사는 농약 원료를 생산하는 한미 합작회사.
앞의 두 경우는 자금 없는 전문가가 어떻게 기업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들은 기술집약분야에서 투자대신 두뇌로 회사설립에 참여했다.
한편 전 전자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이었던 김완희박사는 전자정보지인 「전자시보」를 창간 (지난9월)하고 전자기술정보회사를 운영한다.
그는 실리콘밸리에도 사무실을 갖고, 전자기술을 국내에 소개하고 중계하는 등 전자통으로 활동하면서 상담자·정보제공자로서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장재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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