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 기능, 수사기관에 맡기고 민정은 본연 기능 충실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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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호 04면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이 사정 기능을 갖고 있는 것은 정상적일까.

실패 거듭했던 민정수석실

사정기관에서 근무했던 이들은 “사정 업무는 수사기관에 맡기고 민심동향 파악과 같은 본연의 업무로 돌아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지낸 F씨는 “민정수석은 굳이 검찰이나 사정기관 출신이 맡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실무는 관련 업무를 많이 해 본 경찰이나 검찰 파견직원이 맡을 수 있지만, 수석비서관이나 비서관의 경우엔 민심 동향을 가감 없이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감찰 기능을 조율할 수 있는 정무적 감각을 지닌 사람이면 된다”고 덧붙였다.

전·현직 검사들이 범죄 수사하듯 사정 업무를 수행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민정수석실 근무 경험이 있는 현직 검찰 간부 G씨는 “검사 출신들은 범죄 혐의를 찾아내는 데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며 “민주주의 선진국에선 이런 기능을 헌법에 명시된 사법기관에 맡긴다”고 말했다.

현재 김영한(경북 의성) 민정수석을 비롯해 우병우(경북 봉화) 민정비서관, 권오창(경북 안동) 공직기강비서관, 김종필(대구) 법무비서관까지 김학준(서울) 민원비서관을 제외한 5명 중 4명이 TK(대구·경북) 출신이다. 민정수석과 민정비서관은 검사 출신, 공직기강·법무비서관은 판사 출신이다. TK·법조인 출신 일색인 셈이다.

민심을 파악하고 첩보를 취합하는 기능에 그쳤던 민정수석실의 사정 기능이 강화된 건 5공화국부터다. 이후에도 청와대는 비선 감찰조직을 부리며 사정 기능을 직접 수행했다.

하지만 민정수석실이 ‘결정적인’ 권력형 비리 차단에 성공했던 적은 없다. 6공화국 출범 이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친·인척들이 벌인 부정부패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노태우 정부 역시 비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에는 대통령 차남 현철씨가 권력을 휘둘렀지만 막지 못했다. 김대중 정부 말기엔 대통령의 세 아들이 모두 권력형 비리 ‘게이트’에 연루되는 불명예를 겪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박연차 게이트’로 측근 비리의 전철을 밟았고,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임기 중 친형과 최측근이 대검 중수부에 의해 구속 기소됐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이를 사전에 차단하지 못했다.

민정수석실 출신 변호사는 “정권 후반기가 돼서야 대통령 측근이나 친·인척들의 부정한 권력 행사, 비리 등이 드러나게 돼 있는데, 이때쯤 되면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사람들이 청와대 비서실을 차지해 비리를 차단하지 못하게 된다”며 “하지만 정권 초반부터 민정수석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는 처음 봤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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