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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보장범위 늘어…저소득층 소외없나 주의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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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사람이 돈을 잃으면 조금 잃은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반을 잃은 것이고, 건강을 잃으면 전부 잃은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 살아가며 가장 괴로운 때는 아플 때일 것이다. 게다가 돈이 없어 병원비 걱정까지 하게 되면 환자뿐 아니라 환자 가족에게도 큰 괴로움이 된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의 보장 범위를 확대해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다. 하지만 보장성 확대를 추진하기에 앞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우선 고려돼야 한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하려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보험료가 올라가면 보험료를 내지 못하는 저소득층이 많아져 오히려 건강보험의 사각지대가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이 줄면 별것 아닌 질병인데도 대형 병원을 찾는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그 결과 중소형 병원은 수익성이 악화된다. 경영난을 타개하고자 병원들이 보험 대상이 아닌 새 치료법을 개발하려 들면 장기적으로는 다시 건강보험의 수혜 범위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

다음 달부터 암 환자와 중증 환자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 범위가 늘어난다. 의료비의 본인 부담률이 20%에서 10%로 줄어든다. 앞으로도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는 계속 추진될 전망이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각종 부작용을 예방하는 세밀한 정책 검토가 필요하다.

권경주.국민건강보험공단 대전유성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