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투기의 근원적 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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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의 신개발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동산과열투기는 이제 우려의 단계를 지나 시급한 대책이 마련돼야할 시점에 이르렀다.
비록 투기가 일부지역에 집중돼있고 그 동안의 국내 건설경기가 너무 침체되었던 점을 고려에 넣더라도 작금의 사태는 소홀히 다루어져서는 안될 여러 요인을 안고있다.
지금 나타나고있는 아파트 과열투기는 현재의 경제·사회적 여건으로 보아 단순히 아파트과열에 머물지 않고 광범한 부동산투기와 인플레기대심리의 확산은 물론 한탕주의의 재현을 몰고 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78년 초의 광란에 가까운 투기열풍이 몰아온 사회적 파급과 손실이 얼마나 컸던가를 생각하면 지금의 상황은 매우 우려할만하다. 우선 그 당시와 비교할 때 크게 늘어난 통화가 투기의 주된 기반이 되었다는 점이 지금과 유사하다. 당시는 해외건설 붐이 절정에 달해 해외부문의 통화공급이 러시를 이루었을 때여서 부동산으로 촉발된 투기현상은 광범한 환물풍조의 확산으로 번져갔다.
더우기 우려되는 바는 78년 투기 때만해도 각종 신규투자와 설비확장의 유인이 많아 생산적 투자의 기회도 많았고 제도금융의 기반도 지금처럼 흔들리지 않았었다. 지금은 사채파동의 여파로 금융의 기반이 극도로 허약해지고 금리유인마저 거의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오랜 불황의 여파로 적절한 생산적 투자의 기회도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돈이 풀리면 그것이 어디로 갈 것인지는 너무도 자명하다.
일의 선후가 이처럼 분명한데도 정부는 지금까지 너무 미온적이고 우유부단한 입장을 고수하고있는 느낌이다. 여러 차례에 걸쳐 조사와 단속의 뜻을 밝히고도 아직 뚜렷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음은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이런 과열을 통해서라도 건축경기회복의 덜미를 잡았으면 싶은 심정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작금의 부동산투기는 여러 상황으로 보아 건축경기의 확산효과 보다는 투기의 확산과 환물 심리의 자극이라는 가장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으로 번져갈 것을 먼저 경계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최근의 부동산과열투기는 투기심리의 확산을 막는다는 관점에서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책이 마련돼야할 것이다. 우선 지금의 투기가 일부 신개발지역에 집중된 점에 비추어 지역적, 제한적 대응책으로 충분히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가장 효과적인 대응은 투기를 조장하고 폭리를 챙기는 직접 당사자들, 특히 중개업자와 전문 투기가들을 집중 조사함으로써 기대하는 효과의 절반이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제한된 조사목표를 선정하고 폭리와 프리미엄의 구조를 철저히 파악한다면 현행 법령의 테두리 안에서도 충분한 대응책이 나올 수 있다.
아파트분양방법을 효과적으로 개선하고 특정지역에는 복덕방 허가제를 도입하는 것도 훌륭한 대응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일부에서 거론되는 양도세율의 인상이나 민간아파트 가격의 자율화는 모두 투기억제의 일면효과는 기대할 수 있으나 전자는 건축경기의 지나친 냉각으로 몰고 갈 우려가 있고 후자는 주택가격의 전반적인 인상으로 몰고 가 서민의 주택마련을 더 어렵게 만들 소지가 없지 않다.
때문에 지금의 부동산투기는 강력하고 단호하게 대처하되 제한적이고 집중적인 것이어야 할 것이다. 주택정책에서도 언제까지나 민간에 의존하려는 자세를 벗어나 공공부문주택을 과감히 확대하는 방안을 계속 검토해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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