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거노믹스」대안이 시급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미 중간선거결과는 많은 유권자들이 허약한 미국경제에 충분한 우려를 표시했음을 의미한다. 정책변화를 요구하는 이 같은 미국인들의 메시지는 「레이건」대통령 및 공화당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지난 2년간 레이거노믹스를 기꺼이 따라왔고 때로는 「레이건」의 감세 의지를 더 앞질러 갔던 민주당에 대해서도 좋은 신호가 되고있다.
미국 유권자들의 요구는 분명하다. 이제 미국인들은 「레이거노믹스의 대안」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대안은 파멸적인 실업률 상승추세를 중지시키고 은행 및 다른 금융기관에 대한 일반의 신뢰를 회복시키는 것이라야 한다. 민주당은 아직까지 이런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사실 대안을 모색한 것은 오히려 공화당 쪽이었다. 「레이건」의 정책이 연방정부재정에 엄청난 적자를 초래하자 올 들어 공화당과 정부 쪽에선 레이거노믹스의 개편작업을 추진해왔다. 「로버트·돌」의원이 이끄는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지난 8월 앞으로 3년간 1천억 달러 가까이 세금을 늘린다는 증세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정도를 공급측면 경제로부터의 커다란 방향전환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아뭏든 이 덕분에 연방준비이사회는 지난 여름부터 통화긴축정책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금리도 낮아졌다. 그 결과 증권시장도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지난 2일 투표날에 국민들 앞에 놓였던 이슈는 「레이건」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지금의 진로를 고수하느냐 마느냐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경제정책의 진로는 이미 바뀌어 있었다. 결정해야 될 것은 새로운 진로로 계속 나아가 보다 큰 변화를 추구하느냐의 여부였다. 그리고 국민들이 내린 판결은 뚜렷했다.
최종 개표결과가 나오기 전에 「로버트·돌」의원은 CBS-TV에 나와 공화당은 상원에서의 다수의석을 지킨다하더라도 국방예산 등 몇몇 부문에서의 지출정책 변경을 추진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대통령 경제고문을 지낸 「월터·헬러」씨는 민주·공화 어느 당도 의회를 완전히 지배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높은 실업률 등 경제불황의 압력 때문에 「건설적」인 타협을 보다 많이 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고 내다봤다.
새 의회에선 「돌」의원이 시사한 것처럼 레이거노믹스와 차츰 거리를 두려는 연합세력이 형성될 전망이다. 그 정책방향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엄청나게 늘어난 군사비 지출을 조금씩 되 깎아 내린다.
▲고용증대를 위한 공공사업전개 등 사회목적 지출부문과 사회보장 등 국민복지와 권리에 관계된 부문에 보다 관심을 쏟는다.
▲「레이건」 정부의 감세 계획을 더 많이 수정해 재정적자를 줄인다.
그러나 경제학자 「헨리·카우프먼」이 선거다음날 지적했듯이 이 같은 노력이 시작된다해도 83, 84 회계연도의 재정적자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새 의회가 경제에 대해서 어떤 조치를 취하더라도 빨라야 83년 봄이나 되어야 결과가 비치기 시작할 것이다. 앞으로 수개월간 경제의 방향은 연방준비이사회가 지난여름 바뀐 자금정책을 그대로 지속시키느냐 아니면 겁을 먹고 과거의 긴축정책으로 되돌아가느냐에 달려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레이거노믹스가 지난여름 「돌」의원 등이 증세법안을 제출하면서 원형을 잃었다는 점이다. 연방준비이사회가 당초 백악관에 의해 마련된 긴축 정책을 저버린 것 역시 레이거노믹스로부터의 이탈현상이었다.
중간선거 후 확실하게 예상되는 것은 경제정책이 공급측면의 이념에서 더욱 벗어나 보다 전통적인 경제운용으로 되돌아가리라는 점이다.
【워싱턴포스트=본사특약】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