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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규정 어긴 폐습에 철퇴|남 공동 1위, 4위, 여 1,2위 5선수 실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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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기록침체의 원흉중 하나인 한국마라톤의 낙후된 의식에 단호한 메스가 가해졌다.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체질적인 후진성에 일대 철퇴가 내려졌다. 마라톤레이스 도중 응원차가 선수를 따라다니며 자의로 음료수를 공급해주는 광경은 국내에선 대회 때마다 있어온 인습. 그러나 이것은 엄연한 규칙위반이며 외국에선 이미 오래 전에 없어진 마라톤원시시대의 유물이다.
대한육상경기연맹은 서울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이러한 폐습을 더이상 방관할 수 없다고 근절을 위한 결단을 내렸다.
31일 서울 창동네거리∼의정부∼덕정검문소왕복의 42·195km 풀코스에서 벌어진 제36회 조일마라톤선수권대회에서 남녀 각부 상위를 차지한 5명의 선수에 대해 육상경기연맹은 규칙위반을 들어 실격을 선언했다.
남자부에서 공동1위로 골인한 정만화 채홍락(이상 건국대) 과 4위의 이홍렬(경희대), 그리고 여자부에서 l.2위를 차지한 안춘자 최경자 (이상 산업기지) 가 사상초유의 징벌을 받은 선수들이다.
이들은 모두 레이스도중 따르던 차량 혹은 연도의 동료들로부터 음료수를 건네받아 마셨음이 감찰들에 의해 적발된 것이다.
육상경기연맹은 사전경고에도 불구, 대회에 나타난 선수와 코치들의 무질서가 극에 달한 느낌을 주자 긴급이사회를 열어·단호한 제재를 내리기로 결의, 무더기실격을 선언하게 됐다.
특히 이날 남자부에서 나란히 1위(2시간21분8초)로 골인한 정만화와 채홍락의 담합레이스가 「의식개혁」 작업을 결행케한 발단이 되기도 했다.
같은 건국대소속인 정과 채는 30km이후 선두를 확보한 후 서로간에 전혀 경쟁과 기록단축의 의욕을 보이지 않고 동반레이스로 일관한 것이다.
대한육상경기연맹의 경기규칙 제1백65조 (마라톤경주)에는『선수는 5km마다 설치돼 있는 급수대에서 대회추최측이 준비해 놓은 음료수만을 마실 수 있다』고 규정 돼 있다. 따라서 사제음료수를 마시거나 급수대의 음료수라도 선수자신이 집어마시지 않고 코치 등 타인이 건네주면 『레이스에 타인의 조력을 받은 것』으로 간주되어 실격을 당하게 된다.
이날 레이스에서 육상경기연맹은 질서확립을 위해「코치용차량」까지 운행했으나 많은 코치와 소속팀동료들이 응원차량을 타고 선수들을 따라 여전히 「클랙슨과 매연」으로 범벅이 된 레이스를 재연했다.
장익룡육상경기연맹의장은 「진작 시정되었어야 할 일이지만 이제부터라도 규칙을 지키지 않는 모든 폐습을 일소하겠다. 이런 상태로는 절대로 좋은 기룩이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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