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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만 받겠다" "30년 더" 수도권매립지 운명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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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인천시 백석동에 위치한 수도권매립지 제2매립장에서 한 트럭이 쓰레기를 비운 뒤 가스 포집관들 앞을 지나가고 있다. 가스 포집관은 쓰레기에서 발생하는 가스를 모으는 장치다. [중앙포토]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하루 1만4000t의 쓰레기를 반입·처리하는 인천시 서구 수도권매립지가 갈등에 휩싸였다.

 “2016년까지만 운영하고 매립을 끝내자”는 인천시와 “이미 확보된 3·4매립장 매립이 완료되는 2044년까지 매립을 계속해야 한다”는 서울시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다른 시·도에서 발생한 쓰레기까지 받느라 악취·먼지·소음 등 주민 피해가 심각하다는 게 인천시의 입장이고, 다른 대안이 없지 않느냐는 게 서울시의 하소연이다. 2017년 11월 제2매립장이 포화 상태가 되는 만큼 당장 제3매립장 건설에 들어가야 하지만 인천시의 반대로 손을 놓고 있다. 이러다 수도권 쓰레기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2016년 매립 종료라는 기존 원칙을 고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인천시장과 서울시장·경기도지사·환경부장관 등이 4자 협의체를 구성해 매립지 소유권과 매립지관리공사의 인천시 이관 등을 폭넓게 논의하자고 제안하며 여지를 남겼다.

 서울시도 한 발 물러섰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4일 기자회견에서 “인천시민께 죄송하고 감사하다”며 “인천시장이 요구한 매립지 소유권 이양과 주변 지역에 대한 실질적 지원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4자 협의체도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덕분에 4자 협의체가 구성될 가능성이 커졌고, 인천시민들을 설득할 만한 방안을 찾기 위한 노력도 진행될 전망이다. 인천시도 2016년 매립을 종료할 경우 큰 곤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유 시장이 대체 매립지 후보로 5곳을 발표했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거센데다 매립지 조성까지 3~4년의 시간과 수천억원의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4자 협의체의 매립 연장 논의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터져나오고 있어 협상이 순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매립 연장 반대를 위한 검단·청라주민협의회 전상덕 대표는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한다고 하는데, 서울시나 환경부가 인천시의 조건에 응할지 의문”이라며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유 시장의 회견도 쇼처럼 보인다”고 반발했다.

 지금의 갈등은 1980년대 후반 수도권매립지가 생겨날 당시부터 내재돼 있었다. 서울 난지도 매립지의 포화가 임박해지자 87년 전두환 정부는 동아건설이 간척한 해안매립지를 빼앗다시피 해 서울시에 제공했다. 매입 대금 523억원의 71.3%는 서울시가, 28.7%는 환경부가 부담했다. 정작 인천시의 지분은 전혀 없었다.

 이후 92년 매립이 시작되면서 서울·인천·경기 등 3개 시·도가 구성한 운영관리조합이 매립지 운영을 맡았다. 하지만 부실 공사와 비리 등 잡음이 끊이질 않았고, 결국 환경부 산하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2000년 출범해 운영권을 넘겨받았다.

 2000년 제1매립장의 매립이 완료된 뒤 인천시는 제2매립장 사용 허가를 내주면서 2016년 매립 종료를 요구했고, 서울시도 이를 받았들였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쓰레기 종량제와 분리수거, 음식물 쓰레기 반입 금지, 소각 확대 등으로 당초 예상보다 쓰레기 반입량이 크게 줄었고 매립 가능 기간도 크게 늘어났다.

 인천시와 서울시가 본격 대립한 것은 2011년 여름이다. 수해 지역 쓰레기에서 발생한 악취로 청라지구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으면서 여론이 악화됐다. 같은 해 매립지 일부가 경인아라뱃길 부지로 편입되면서 서울시가 1025억원의 매각대금을 받은 것도 문제가 됐다. 인천시는 이 돈이 매립지 주변에 투자되길 바랐다. 하지만 서울시가 전부 가져가면서 매립 종료를 주장하는 인천주민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결국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이 돈을 매립지 수송도로 등 환경개선에 투자하겠다며 양보했다.

 환경부 홍정기 자원순환국장은 “서울시도 협의체 구성 제안을 받아들이는 등 전향적 입장을 보인 것 같다”며 “환경부도 골프장과 승마장을 포함한 대규모 테마파크 조성 등 매립지 운영에 있어 인천 지역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등 해결 방안을 강구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최모란·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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