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주제작사 방송사 간부등에 금품제공한 자료 공개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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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굴지의 드라마 외주제작사인 ㅅ프로덕션이 KBS간부 등 방송계에 상품권 등 5천만원 이상의 금품을 제공한 사실을 적어놓은 내부 자료가 공개됐다고 한겨레 신문이 22일 보도했다.

신문이 최근 입수한 ㅅ프로덕션 내부 자료를 보면, ㅅ프로덕션은 지난 2003년 KBS,MBC,SBS 등 방송사 간부 등에게 명절 선물로 상품권 등 2천여만원어치의 금품과 물건을 전달하고, 같은 해 KBS에서 파견된 PD들에게 '야외비' 명목으로 매달 수백만원씩 3600만원 이상을 준 것으로 나와 있다.

▶ ㅅ프로덕션이 방송계에 상품권 등 5천만원 이상의 금품을 제공한 사실을 적어놓은 내부 자료가 공개됐다.

ㅅ프로덕션 ㅅ 회장 등의 결재 서명이 돼 있는 '2003년 제작부 설날선물 리스트'를 보면, 당시 KBS의 ㅈ 제작본부장에게 상품권 300만원, ㅇ 드라마국장과 ㅇ 외주부장에게는 상품권 200만원씩을 준 것으로 돼 있다. 이밖에도 당시 제작 중이던 드라마 연출자와 제작부서에 20만 ̄30만원짜리 굴비세트를 건네는 등 방송 관계자들의 설날 선물 비용으로 모두 2090만원을 쓴 것으로 기록돼 있다.

ㅅ프로덕션 전 직원 ㅈ씨는 "일부 금품을 전달하는 데 관여한 적이 있다"며 "선물 리스트 내용은 대체로 맞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ㅇ 전 드라마국장은 "정육 선물세트를 받았던 것 같고, 상품권을 받은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ㅇ 전 외주부장도 "ㄱ 이사가 ㅅ 회장 심부름으로 왔다며 구두표를 주겠다고 해서 안 받은 적은 있지만 상품권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ㅈ 전 제작본부장은 연락이 되지 않았다.

ㅅ프로덕션 제작부가 작성한 'KBS 월화드라마 <○○> 실제작비(39 ̄40회)'와 '2003년 ○월○일 현재 제작부 가지급 현황' 자료에는, ㅅ프로덕션 쪽이 KBS에서 파견된 PD들에게 '야외비'(감독진행비) 명목의 돈을 준 사실이 적혀 있다. 주연출자와 야외연출자인 두 ㄱ 피디는 매달 각각 200만원과 150만원의 야외비를 6개월여 받았고, 조연출 ㄱ 피디와 ㅊ 카메라감독은 각각 150만원과 1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돼 있다.

특히 주연출자인 ㄱ 피디는 1 ̄8회 연출 뒤 승진해 연출을 그만둔 뒤에도 야외비를 그대로 받아온 것으로 나와 있다. ㅅ프로덕션의 경우 스태프들의 식사비 등을 위해 '촬영진행비'를 책정해 사용하고 있어, 이 자료에 등장하는 '야외비' 또는 '감독진행비'는 이와 별도로 PD들이 개인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급한 돈으로 보인다. ㅅ프로덕션 전 직원 ㅈ씨는 "야외비를 감독에게 직접 현금으로 전달했다"며 "이 돈은 영수증 없이 비정상적으로 지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ㄱ 피디는 "돈을 받진 않았으며, 조연출이 받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고, 조연출이었던 또다른 ㄱ 피디는 "매달 150만원씩 현금으로 받은 것은 출장비용이나 야외진행비용으로 썼고 영수증 처리를 했으며, 다른 PD 등이 받은 돈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단역 출연자들의 수를 부풀려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도 드러난다. 드라마 <○○>의 2003년 ○월○○일 ̄○월○○일 한달여 동안 녹화.야외촬영 일지 등을 보면, 모두 420명 단역 배우들이 출연해 출연료는 2367만3650원인 것으로 계산돼 있으나, 별도의 출연료 자료에는 735명이 출연해 출연료 4569만5650원을 지출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와 관련해 ㅅ 회장은 "진행비 등은 영수증 없이 나간 적이 없으며, 비자금을 조성할 이유도 없고 드라마 수주를 위해 돈을 준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상품권은 준 적이 없고 해봐야 구두표였으며 (당사자들의) 집 주소도 모른다"고 문건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고 한겨레신문은 전했다.

디지털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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