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준의 『잃어버린 말 』을 읽고|애타는 진실에 대한 갈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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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다음 글은 중앙일보가 주최한 제9회 「중앙독서감상문모집」의 대학·일반부에서 최우수작으로 뽑힌글 2백자 원고지22장을 지면 사정으로 8장으로 요약한 것이다.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중의 하나가 다른 사람의 체험과 사상 내지는 그 인생과의 만남에 있다고 한다면, 이청준씨의 연작소설 <잃어버린말을 찾아서>와의 만남은 뜻밖에도 아주 행복한 만남이었다.
「언어사회학서설」이라는 부제를 무겁게 달고 있는 소설집 <잃어버린 말을 찾아서> 속에는 그냥 보기에는 전혀 이질적인 두 갈래의 이야기로 시작되고있다.
전직 기자며 자서전 대필업자인 윤지옥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살아있는 말을 찾기위한 작업, 그리고 한으로 일관된 생을 살면서 한맺힌 소리를 찾아 헤매는 어느 사내의 기행적인 이야기. 이 둘을 교묘하게 교차시키는 데서 이 작품들은 모종의 해결점을 찾아내고 있다.
이 소설집 속에 묶어진 작품들의 공통점은 주인공들이 어떤 잃어버린 것에대한 그리움을 가지고 있으며 무엇인가를 기다리며 찾고싶어한다는 점이다.
언어사회학이라는 부제로 볼때, 그것이 언어와 언어의 생명을 유지시키고 있는 사회와의 관계를 규명하리라는 독자의 예상을 기대한 것이라면 윤지옥의 살아있는 말을 찾는 작업에우리는 같이 참여를 해야하며 진실앞에서 용감할수없는 우리들의 부끄러움을 같이 의식화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자서전을 쓰십시다>에서 그는 편지 형식을 통해 더이상 죽은 말들로 꾸며지는 정직하지못한 글을 쓸수 없는 자기의 입장을 그의 고객인 코미디언 피문오씨에게 동시에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또 한 사람의 고객인 농촌 지도자 최상운씨에게 그는 다시 구원과 같은 기대를 걸어보지만 인간이면서도 인간적인 회의를 전혀 드러내지 않는 최씨의 초인간적인 견고한 신념속에서 그는 오히려 더 진한 가시의 냄새를 맡고 인간다운 모습, 정직한 사람들의 정직한 말을 그리워하게 된다.

<다시 태어나는 딸>에서 윤지옥은 드디어 살아있는 말과 만나게 된다. 복수를 택하지 않은 말, 그럼으로써 수없이 다시 태어날 수 있는 말, 그것은 잠다도를 익힌 초의라는 스님과 누이를 찾아 헤매던 사내의 마음에게 있었던 스스로의 삶에 대한 용서였다. 자선의 삶에 대한 깊은 화해와 용서의 마음, 여기서 지금까지 서로 다른 방향에서 시작되던 이야기는 교차점을 맞이하게 된다.
소설 속에서의 언어가 그글의 문학적인 효과와 그 의미의 복합성을 최대의 질서로 삼는다지만 아직도 소설 속에서 작가가 「말하지 않음」을 느끼게 되는것은 웬일일까? 말하는 쪽과 듣는 쪽이 아직 다같이 정직하지 못하기 때문인가? 요즘은 웬지 더 믿음을 잃고 사는 것 같다. 이 작가의 다 못한 말을 믿고싶다. 다법을 통한 자기 정신의 내면적 절제를 통해 오히려 더 많은 말을 한초의 스님과 같이 자신의 내면을 향한 사유, 그 사유를 통한 자기 정신의 절제때 문일 것이라고 믿고싶다.
또 요즘은 사물에 대한 감동이 자꾸만 사라져 간다. 그러나 이러한 한권의 책을 통해 평범한 사람이 평범한 삶을 살면서 사실화된 진실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음을 브게 된다는것은 깊은 감동과도 같은것이다.
우리는 또 무엇을 흘리고 다니며 무엇을 잊고 사는가! 작가가 오랜 세월동안 참아내고 고민하던 내용들을 통해 잃어버렸던 감동을 다시 찾고 싶다. 비워내는 마음으로 잃어버린 말을 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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