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실미도 있었다… 일제 징용 한인 포로 55명 미국서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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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인 특수요원들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캘리포니아주 롱비치 남쪽 카탈리나섬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 [미주 중앙일보 제공]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한국인 포로들을 극비리에 훈련시켜 한국에서 대일(對日) 게릴라전을 펴려고 했던 '미국판 실미도'사건이 있었다고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톰 문(81)이 밝혔다. 그는 지난 30여 년간 미 중앙정보국(CIA)의 전신인 전략사무국(OSS) 소속 한국인 특수요원 55명의 활동상을 추적해 왔다.

그에 따르면 미 정보당국은 당시 일본에 의해 강제 징집됐다가 동남아에서 포로가 된 한국인 가운데 비밀요원을 선발했다. OSS는 1945년 캘리포니아주 롱비치 남쪽 카탈리나섬에서 이들에게 특수훈련을 시켰다. 칼 에이플러(2003년 사망) 대령이 훈련을 총괄했다. OSS는 훈련된 한국인 특수요원들을 한반도에 침투시켜 일본군 간부 암살, 후방 교란, 파업, 무장 궐기 유도 등 게릴라 작전을 수행할 계획이었다. 한국인 특수요원들은 특수무기 사용법, 폭약 설치법, 암호 해독법 등 필요한 훈련을 마치고 침투 날짜로 잡힌 8월 11일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러나 8월 6일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린 뒤 곧이어 일본이 항복하면서 작전은 무용지물이 됐다.

톰 문은 75년 이와 비슷한 내용이 담긴 책 '위험한 대령(The Deadlist Colonel)'을 펴냈으며, 2003년에는 영화사 드림웍스와 시나리오 계약을 하기도 했다.

미주 중앙일보=임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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