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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와 오피스가 공존하는 24평 아파트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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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거실은 TV를 없애고 가족 룸이자 미팅 룸으로 사용한다. 이승석 목갤러리에서 구입한 넓은 테이블을 놓고, 벤치와 의자를 믹스해서 배치했다. 테이블 중심으로 왼쪽이 부부가 함께 작업하는 사무실이고, 오른쪽에 안방이 위치하고 있다.

디자이너 부부가 함께 고친 집
아파트에 사는 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터인데, 아이가 생기면 소형 평형대 공간이 부족하기 그지없다.

거실, 침실, 서재, 아이 방 등 필수 공간만 해도 몇이나 되고, 게다가 짐은 어찌나 날마다 늘어나는지. ‘집이 더 넓어지면 정리 잘된 공간을 만들 수 있을 텐데…. 공간이 좁아서 우리 집은 정리가 안 돼.’ 이런 생각을 품었던 이라면 송박 프로젝트의 두 디자이너가 고친 24평 아파트를 눈여겨보시길.

거실과 마주한 벽을 50cm 정도 안으로 밀어서 일부러 더 좁게 만든 부부의 작업실. 거실은 넓게 쓰고 작업실은 기능에 충실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 집 개조의 시작과 끝은 이 합판 벽이 좌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벽을 축으로 안쪽이 안방과 아이 방인 주거 공간. 오른쪽 열린 슬라이딩 문을 닫으면 공간이 완벽히 분리된다.

송경호 씨와 박진희 씨, 두 디자이너의 성에서 회사 이름을 따온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들은 유명 디자인 회사의 동료로 만나 결혼에 골인했고, 일곱 살, 네 살 두 딸을 낳아 기르는 부부 사이다. 2008년 부부가 함께 독립해 인테리어 디자인 회사를 만들었고, 주거와 상업 공간을 넘나드는 작업을 해왔다.

그러던 중 두 달 전쯤 경기도 하남의 아파트로 이사 오면서 부부는 전공을 살려 가족을 위한 공간을 마음껏 만들어볼 기회를 갖게 됐다고. “제일 큰 목표는 아이를 돌보면서 집에서 일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었어요. 거실에 합판 나무를 벽처럼 시공해서 공간이 두 개로 완벽히 분리되도록 만든 것도 그 때문이었죠. 기획과 디자인의 큰 틀은 둘이 함께 정하지만, 아내는 내부에서 세부적 디자인 작업에 치중하고 저는 현장 감리와 외부 미팅을 전담해요. 역할 분담이 되어 있으니 일하면서도 우리 힘만으로 아이들을 돌보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했죠.”

그러나 주거와 오피스, 2개의 기능을 담기에 24평 아파트는 충분치 않은 공간임이 분명하다. 부부가 치열히 기능에 집중한 공간을 만든 것이 바로 이 때문. “거실에는 6인용 다이닝 테이블을 놓고 패밀리 룸이자 미팅 공간으로 쓰도록 했습니다. TV를 없애고 나니 공간을 훨씬 넓게 활용할 수 있었죠. 대신 거실 양옆에 배치된 공간인 사무실이나 안방은 벽을 안으로 밀어서 공간을 축소시켰어요. 일하는 것, 잠자는 것 등 오롯이 기능적인 공간으로 만든 거죠.” 넓은 공간은 넓게, 좁은 공간은 군더더기 없이 기능에 충실하게! 얇은 합판 벽 하나를 사이로 일과 생활이 조화롭게 어우러질 수 있었던 건 바로 과감한 선택과 집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안방의 침대는 넉넉하게 평상형으로 제작했다. 아이들이 건너와서 살 부비고 잘 수 있도록.
침대 헤드를 천장까지 연장시키고 뒷편 1m 정도 좁은 공간에 옷을 수납하는 기능을 담은 것도 재미있는 아이디어.
주방 싱크대 옆에는 60cm의 식탁이 들어갈 공간이 남아 있었다. 물론 부부는 이 공간 또한 허투루 쓰지 않았다. 식탁의 폭을 12cm 정도 연장해서 가족이 밥을 먹을 때 불편하지 않도록 했고, 식탁과 같은 재질로 선반장을 짜넣어 장식장의 기능을 겸하도록 했다. 12cm 튀어나온 면은 식탁 끝을 둥글여 혹시 아이들이 부딪혀도 다치지 않도록 한 세심함도 눈에 띈다.
두 딸을 위해 귀여운 2층 침대를 디자인했고 왼쪽에는 책과 장난감을 수납하는 장을 짜넣었다. 화이트 컬러의 기성품 옷장을 미리 봐두었다가 침대에서 이어지는 나무 틀 속에 쏙 들어가도록 넣었더니, 한층 더 깔끔한 아이 방으로 완성되었다.

공간은 생활을 바꾼다
집은 삶을 담는 틀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생활을 바꾸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송박 프로젝트의 두 디자이너가 지난 두 달여간 얻은 경험 또한 이를 증명한다. “저희가 일할 때 아이들이 놀아달라고 떼쓰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어요. 그런데 거실의 합판 슬라이딩 문을 닫으면 딱 자기들 방에서 놀더라고요. 사무실의 통창 안으로 일하는 엄마, 아빠 모습을 보면 우리가 공부하는 걸로 알고, 두 딸도 책을 찾아서 거실 테이블에서 읽기도 한답니다. (웃음)” 아내 박진희 실장은 TV를 없애서 불편했던 것은 단 며칠간이었고, 지금은 긍정적인 변화가 더 많다고도 덧붙인다.

거실 합판 벽 앞에 롤 스크린을 설치하니 저녁이면 종종 남편과 오붓하게 영화를 보는 여유가 생겨났단다. 사실 유치원 또래를 키우는 집은 온 집 안이 아이 물건으로 넘쳐나기 마련. 그런데 이 집엔 너저분하게 밖으로 나온 짐이 하나도 없는 점 또한 눈에 띄었다. 이는 디자인 직전 자신들이 가진 짐을 정확하게 체크하고 수납공간을 만든 영민함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합판 벽은 공간을 둘로 나누는 파티션이자 동시에 수납장이기도 해요. 주방 쪽에는 밥솥, 전자레인지를 위한 오픈형 수납 칸을 따로 만들었고, 그 옆의 문을 열면 청소기 같은 살림살이들이 제 키에 맞는 공간에 쏙 들어가 있어요.” 딸들을 위한 방을 디자인할 때도 2층 나무 침대를 제작해주면서 한쪽으로는 기성 수납장이 쏙 들어가도록 틀을 짰다. 안방 헤드는 천장까지 이어 뒤쪽으로 가려진 드레싱 룸 공간을 만들었고, 오피스 한쪽 벽면의 슬라이딩 문을 열면 수납공간이 나타난다. 그러니 부부는 이 집이 몸에 잘 맞는 맞춤옷처럼 생활의 불편함이 없는 공간이라 설명했다. 실제 내 집에도 구현하고픈 아이디어를 발견하다 보니, 크기의 제약을 극복한 공간 디자인의 묘미에 공감할 수 있었다.

STEAL THIS IDEA
24평 공간을 네 가족이 사는 스타일리시한 공간으로 바꾼 인테리어 아이디어들.

1 작업실 입구 구로 철판에는 ‘송박 프로젝트’라는 회사 이름을 붙여두었다. 구로 철판에는 아이들 사진이나 아이디어 메모도 자석으로 바로 붙일 수 있어 편리하다고.
2 이 집은 나무 합판과 구로 철판을 믹스해서 사용한 덕분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세련된 느낌을 받는다. 현관 입구에 걸린 작품은 사진가 김희정 씨가 아프리카에서 찍은 것.
3 부부가 와인병을 칠하고 실을 감아서 뚝딱 만들었다는 데코 소품.
4 안방에서 아이 방으로 이어지는 통로에는 낮은 수납장을 설치했다. 수납장 끝에 이케아에서 구입한 블루 컬러 욕실장을 달아주었더니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화장대 코너가 되었다.
5 주거와 오피스 공간의 경계 부분에만 패턴 타일을 깔아 공간이 확실히 분리되는 느낌을 줬다.
6 거실 한편에 놓인 빈티지 초록색 철제 장식장은 이케아에서 구입한 것. 그 속에 아이들 사진과 좋아하는 소품을 넣어두었다.
7 메인 화장실의 파티션 벽에는 기하학적 패턴의 타일을 시공해 세련된 공간이 완성됐다.

기획=홍주희 레몬트리 기자, 사진=전택수(JEON Studio)
시공=송박 프로젝트(www.songpark.co.kr, 011-382-8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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