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즐겨읽기] '상품의 제국' 분석한 벤야민의 명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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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아케이드 프로젝트 I
발터 벤야민 지음, 조형준 옮김, 새물결, 1239쪽, 5만9000원(반양장본은 4만3000원)

전설의 책이다. 자본주의가 '상품의 제국'을 선포하고 쇼핑의 미로를 건설하던 화려했던 시기, 19세기 파리의 모습을 담아낸 발터 벤야민(1892~1940)의 저술이다. 벤야민은 프랑크푸르트 학파와 교류했던, 그러나 그 학파로 분류할 수 없는 독창적인 유대계 독일 철학자. 자살 전까지 13년 심혈을 기울였으나 미완으로 끝난 대작이 이 책이다.

아케이드란 19세기 초반 파리에 세워진 회랑식 상가. 쇼핑몰의 기원인 이 아케이드에서 욕망할 수 있는 모든 것은 상품의 이름으로 진열된다. 환상이 지배하는 자본주의의 신전이 그 상품의 거리였다. 벤야민은 20세기의 눈으로 19세기를 들여다 봤지만, 그 시각은 21세기에도 유효하다. 미완의 저작이기에 오히려 어느 부분을 펼쳐도 독자의 상상력이 제한되지 않는다.

배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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