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은 이제 그만 구경이나 하겠다" 「레너드」 래9일 은퇴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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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천재복서 「슈거·레이·레너드」(26)가 낙엽과 함께 사각의 정글을 떠나게됐다.
지난5월 왼쪽눈의 망막수술을 받은 「레너드」는 오는 11월9일 「루이스·베가스」와 6회전으로 프로데뷔전을 가졌던 볼티모 시민경기장에서 은퇴식을 벌인뒤 링을 떠난다고 뉴욕발 외신이 전하고 있다.
「무하마드·알리」이후 최고의 『븍싱 마술사』로 불린 「레너드」는 황금의 전성기인 26세의 나이로 팬들로부터 사라지게되는 것이다. 「레너드」는 예술가와 같은 테크니션으로 전세계복싱팬들을 매료시키며 폭발적인 인기를 한몸에 모으다 극적인 퇴장을 함으로써 더욱 건설적 복서로 남게 됐다.
세계웰터급 통합챔피언인 「레너드」는 링에 오르기만하면 한 게임에 취소한 1백만달러 (약 7억5천만원)의 대전료는 쉽게 받을수있는게 이같은 황금방석을 걷어찼으니 놀라지 않을수없다.
「레너드」는 오는 11월9일 불쌍한 흑인 어린이들을 위한 자선경기에 앞서 은퇴발표를 하는것으로 뉴욕데일리뉴스지도 보도했다.
이 은퇴식에는 가수이자 영화배우인 「프랭크·시내트러」, 희극배우 「보브·호프」를 비롯해 권투인으로 저명한 「알리」 이외에 「래리·홈즈」(WBC헤비급챔피언) 「마이크·위버」(WBA헤비급챔피언) 「아론·프라이어」(WBA주니어 웰터급팸피언), 「알랙시스 아르개요」(WBC라이트급챔ㅂ피언), 「드와이트·볼랙스턴」(WBC라이트헤비급챔피언), 「리언·스핑크스」(전WBC헤비급팸피언), 「사드·무하마드」(전WBC라이트헤비급챔피언), 「켄·노턴」(전헤비급챔피언), 「레오·랜들프」(전WBA주니어페더급챔피언) 등 전·현챔피언들을 초청, 호화판 피날레를 장식하겠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알리」를 비롯한 많은 복서들이 은퇴와 복귀를 수없이 반복, 팬들을 식상하게 한것과 비교하면「레너드」는 천재복서답게 막을 내리는 것이다. 「레너드」는 지난5월 존즈홉킨즈병원에서 왼쪽눈 망막수술을 받았다. 집도의인 「미첼」박사는 권투생활에 지장이 없다고 확인했었다. 그러나 「레너드」는 이미 이 부상후 링에 대해 매력을 잃고 은퇴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나는 돈은 쓸만큼 충분히 벌어놓았다. 이젠 관중의 입장에서 권투를 사랑할뿐이다』라고 말했었다. 복서에게 가장 중요한 배고픔의 울분을 주먹으로 폭발시키는 헝그리정신이 이미 사라진 것이다. 「레너드」는 5년9개월의 프로생활동안 약4천만달러(약3백억원)를 벌어들였다. 특히 지난해9월 웰터급 통합 타이틀매치인 「토머스·헌즈」와의 세기의 대결에선 프로복싱사상 기록적인 9백만달러(약67억원)를 받아 화제를 낳기도했다.
「레너드」는 지난 76년 몬트리올올림픽 라이트웰터급금메달리스트로 아마전적은 1백45승 (올KO) 5패. 농구·육상단거리등 스포츠만능인 그는 복싱재질도 뛰어나지만 너무나 시운을 잘타고난 복서라는 중론이다. 10여년간 세계복싱계를 주름잡은 「알리」가 70년대말에 들어 퇴색하면서 링계는 새로운 영웅의 탄생을 고대했었다. 헤비급 「홈즈」는 강하긴 하지만 쇼맨심이 부족했고 미들급의「마빈·해글러」 역시 팬들을 매료시킬만한 테크닉이 없었다.
이러한 때에 「레너드」의 등장은 가뭄끝에 단비와 마찬가지였다. 화려한 아마전적을 바탕으로 77년2월 프로에 뛰어든 「레너드」는 77년2월 「월프레도·베니테스」(푸에르토리크)를 15회KO로 누이고 WBC슈퍼웰터급챔피언이 되면서 스타덤에 올라섰다. 이어 「로베르토·두란」(파나마)과의 두차례 타이틀매치, 그리고「헌즈」와의 세기의 대결을 벌이며 슈퍼스타로 각광을 받았다. 그가 남긴 전적은 32승(27KO)1패. 1패는 지난 80년6월 「두란」에게 유일하게 판정패한 것인데 그는 5개월만인 11월 재대결에서 8회 TKO승, 1패의 오명을 씻었었다.
권투사상 무패로 링을 떠난 유명한 복서는 헤비급의 「르키·마르시아노」. 「마르시아노」는 지난 47년부터 56년까지 10년동안 49전전승(43KO)에다 6차례 타이틀을 방어한뒤 33세떄 은퇴했다. 6차례방어전에서 당시엔 거금인 1백46만2천여달러를 대전료로 받은 「마르시아노」는 69년 비행기사고로 사망했다. <이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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