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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새 대법원장, 사법부 독립 지켜나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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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노무현 대통령이 다음달 퇴임하는 최종영 대법원장 후임에 이용훈 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을 지명했다. 이번 대법원장 인선은 대대적인 대법원 개편과 맞물려 있어 그 어느 때보다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다.

새 대법원장 인선을 앞두고 변호사단체는 물론 시민단체 등에서 제각각 후보를 정해 추천하기도 했다. 이는 내년 7월까지 대법관 9명의 교체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서로가 자기들 이념과 기준에 맞는 사람을 대법원장에 앉히고 싶어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법원 내부는 물론 보수.진보 양 진영으로부터도 비교적 고르게 지지를 받아온 이 위원장을 지명한 것은 무난한 인선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새 대법원장 앞에는 숱한 난제가 기다리고 있다. 취임하자마자 10월 임기가 끝나는 대법관 3명의 후임자를 제청해야 한다. 내년 7월까지는 전체 대법관 13명 가운데 9명이 바뀌게 된다. 그때마다 최근의 대법관이나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 과정에서 보여준 편 가르기 양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대법원장이 이에 휘둘린다면 사법부의 독립은 기대하기 어렵다. 대법원은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사법부의 독립을 지켜낼 수 있는 인물들로 채워져야 한다. 공판중심주의와 배.참심제 도입 등 사법제도 개편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노 대통령 대리인단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야당 등에선 이를 두고 삼권분립의 중립성을 훼손하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물론 변호사는 피의자나 피고인이 원할 경우 흉악범이라 해도 변호를 해줘야 한다. 그럼에도 이런 우려가 제기되는 것은 대법원장 자리가 갖는 상징성 때문이다. 정치적 중립성이 바로 그것이다.

새 대법원장은 무엇보다 국민 사이에 팽배해 있는 사법 불신부터 털어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이 지명자의 말대로 사법부가 언제나 국민과 함께하고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법관 인사와 사법 개혁을 통한 정치적 중립성 확보도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