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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며느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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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시어머니 죽는 날도 있다』 라는 속담도 있다
오랜만에 속 시원하고 만족스럽다는 뜻이다.
「결혼관계」 라면 예부터 매끄럽다기 보단 껄끄러운 관계로 인식되고 있다. 고약한 속담이 나온 것만으로도 짐작이 간다.
시대가 변한다고 그 「관계」 가 개선되지도 않는다. 또 동서양의 차이도 없다.
엊그제 서울에선 한 며느리가 자살한 사건이 일어났다.
『시어머니를 모시기 싫다』 는 둘째 며느리다.
한차례 부부싸움 끝에 아들은 어머니를 모시지 못할 바에 이혼하자고 짐을 챙겨나가고 며느리는 홧김에 극약을 먹었다.
아들의 「효심」 과 며느리의 「에고」 가 충돌을 일으켜 걷잡을 수 없는 불행을 몰고 왔다.
그 시어머니는 일찍 남편을 잃고 홀로 두 아들을 어렵게 키워왔다.
그 시어머니의 자애와 노고도 결코 보통은 아니었다.
하지만 시어머니는 큰아들 집에서도 큰며느리와 성격차이로 함께 살 수 없었다. 둘째 며느리로서는 시어머니의 새로운 등장이 견디기 어려운 짐일 테고 지금까지 단란했던 가정의 미래는 자신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작년에도 똑같은 사건이 있었다. 역시 새로 시어머니를 모시게된 둘째 며느리였다.
80년 대구교대의 조사로는 70·4%의 며느리들이 『시어머니와 따로 살고 싶다』 고 밝혔다.
81년 이대의 한 조사는 중산층 주부 2백 명 중 60%가『시어머니와 며느리는 따로 사는게 좋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그러나 생활이란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다. 경제· 사회적 여건 때문에 함께 살아야하는 경우도 많다. 한국적 전통과 관습은 「동거」를 강요하기도 한다.
그럴 때 고부는 현실을 인정하고 함께 사는 지혜를 터득해야한다.
고부문제는 결국 당사자가 풀지 않으면 안 된다. 이해와 지혜의 노력이다.
그 노력을 돕기 위해 어머니학교도 운영되고 있다.
거기선 「함께 사는 묘방 5장」 도 제시하고 있다. 육친의 사랑을 기대 말라 거니, 성급하지 말라 거니, 불만은 털어 놓으라 거니, 서로 주라 거니, 자신을 위해 화목 하라는 내용이다.
일본 노년 사회 과학회는 81년에 「고부 화평 수칙 17개조」 라는 것도 발표했다. 자질구레한 내용이 많지만 결국 마음을 열고 입장을 바꿔 생각하자는 것이 중심이다.
그걸 증명한 시어머니도 있다. 신부전증으로 사경을 헤매는 며느리에게 콩팥을 떼어 준 경우다. 어제 신문엔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가 서로 콩팥을 떼어주겠다고 나선 감동적 이야기도 실리고 있다. 고부문제는 달리 묘안이 없다. 결국 자기 희생적 「사랑」 이 있으면 해소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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