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깊이보기 :10년 불황 미술시장

문턱 너무 높고 인기작가만 팔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패션 전문지 기자 김경(32)씨는 서울국제아트페어 전시장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작품 값이 평소 짐작했던 것보다 비싸지 않아서다. 50만~150만원대의 가격표를 붙이고 나와 있는 미술품을 돌아보며 그는 결심했다. '옷이나 구두 같은 자산 가치 없는 물건을 사들이느라 돈을 탕진하지 말고, 차라리 그 돈으로 한 번쯤 그림을 사자.' 쇼핑이 아니라 투자이기 때문이다. "그림은 고달픈 하루가 끝난 뒤 쉴 수 있는 편안한 팔걸이 의자 같아야 한다."

미술품 사기가 힘들다고 말하는 이가 많다. 그림 한 점 집에 걸고 싶은데 화랑 문턱이 높아서 우물쭈물, 뭘 사야 할지 몰라서 갈팡질팡한다는 것이 일반인의 하소연이다. 주머니 사정에 맞춰 구매하고 싶지만 화랑 전시회에 가서 작품을 고르기는 어렵다. 형편은 미술가도 마찬가지다. 개방된 미술시장에서 소비자와 만나는 게 꿈이지만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한국 미술시장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이 소수의 인기작가가 싹쓸이를 하는 독과점 체제다. 되팔 때 가격을 보장받을 수 있는 몇몇 작가에게만 소비자 손길이 쏠린다. 작품성과 관계없이 미술시장 테두리 안에서 순환의 가능성 높은 명망가 미술인 작품만 돌고 도는 현재의 화랑가 상황으로는 불황 타개는 불가능하다.

정재숙 기자

요즈음 미술품 값은 어느 정도일까. 최근 화랑에서 개인전을 열고 작품을 판 작가, 정부가 운영하는 '미술 은행'에 작품을 판 작가, 경매에서 작품이 낙찰된 작가 세 경우를 살폈다. 자료는 월간 아트 프라이스(art price) 2005년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