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 사진전문기자의 네모세상] 삼척 갈남 포구의 호수 같은 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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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이리저리 부대끼고 생채기 난 가슴을 달래주는 데 바다만한 것이 없다. 탁 트인 바다를 마주하면 이내 그만큼 넓어지는 가슴. 무에 그리 가슴앓이 하며 살아왔던가. 동해안 삼척 어느 모퉁이, 찾아주는 이 거의 없는 '갈남 포구 월미도 마을'은 지친 여행자의 쉼터처럼 고요하다. 앞바다엔, 소나무가 많아 솔섬으로 불렸던 월미도와 기암들이 동해의 마파람을 막듯 병풍처럼 이어 섰다.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엔, 키 작은 금강의 봉우리 같은 기암 수백 개가 두둥실 떠 있다.

오후 늦은 시간, 뗏목 배 하나가 유유히 노를 저으며 기암들 사이로 떠다닌다. 저녁 찬거리를 장만할 요량으로 바다로 나간 노부부. 장비는 갈고리를 단 대나무 장대가 전부다. 남편은 노를 젓고 아내는 명경 같은 물을 들여다보며 성게며 해삼.홍합을 건져낸다. 갈남에선 사람조차 풍경으로 가슴에 박힌다.

갈남의 바위 해안은 알음알음 찾아오는 사진작가들의 명소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가 바위를 넘나드는 모습을 표현하려면 겨울 샛바람이 불 때를 택해야 한다. 파도가 거의 없는 요즘은 호수처럼 고요한 바다를 표현하기에 좋다.

촬영은 해 뜨기 40분 전 시작해 여명이 밝아오기 직전에 끝내야 한다. 때론 일출보다 해 뜨기 직전의 빛이 더욱 아름다운 바다를 만든다. 시간을 가능한 한 길게 주는 것이 핵심이다. 위 사진은 노광시간이 4분이다. 긴 노출 시간 동안, 잔잔하게 오가는 파도는 고요하게 표현되고 하늘의 구름은 흐르는 듯 부드럽게 그려진다.

삼척 장호항과 신남항 사이 7번 국도에서 찾아 들어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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