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업소 사장 살해사건 '작은 발자국'이 풀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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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서울 논현동 M가라오케 사장 徐모(45)씨 살해사건의 용의자 검거는 현장에 남겨진 발자국이 결정적 단서가 됐다.

독신인 徐씨는 지난 4일 자신의 아파트에서 예리한 흉기에 찔린 시체로 발견됐다. 용의자는 그에게서 빚 독촉을 받아온 연예기획사 대표 金모(46)씨. 서울 강남경찰서는 7일 金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강남서 강력4반 형사들은 처음 현장에 도착해 의아해 했다. 거실 마루바닥에 피가 묻은 아주 작은 발자국 한개가 찍혀있었던 것. 2백35㎜ 정도의 왼발이었다. 범인이 여성이거나, 최소한 여성을 동행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단서였다.

徐씨의 최근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아파트 엘리베이터 CCTV(폐쇄회로TV) 녹화화면을 살피던 수사팀은 두 군데에서 모두 金씨가 등장하는 것을 발견했다.

金씨에 대해 탐문한 수사팀은 그가 소아마비를 앓아 왼쪽발이 정상보다 작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를 용의자로 지목하기에 충분한 정황증거였다.

수사팀은 범행 직후 부산으로 여행을 떠난 金씨의 휴대전화로 연락했다. "참고인으로 좀 물어 볼 게 있다"고 안심시켜 경찰서에 부른 뒤 추궁 끝에 자백을 받았다.

金씨는 "지난해 알게 된 뒤 6천만원을 꾸어준 徐씨가 빚 독촉을 하면서 내 불편한 다리를 비하하는 말을 하는 데 격분, 주방에 있던 흉기로 우발적으로 徐씨를 찔렀다"고 말했다.

원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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