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이 뭐길래…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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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기자] 주택시장 침체를 막기 위한 분양가상한제 탄력 적용,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등 부동산 3법의 국회 통과가 시급한 가운데 야당이 주장하는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이 법안 통과의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당론인 전·월세 상한제를 포기하는 대신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전환율 상한선 4%’를 받아달라는 수정안을 정부와 여당 측에
새로 제시했다. 분양가상한제 탄력 적용,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폐지 등 이른바 부동산 3법의 국회 연내 통과와 연계해서 ‘빅딜’을 하자는
제안이다.

부동산 3법 통과의 뇌관이 된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은 말 그대로 세입자가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상가임대차보호법에서
5년간의 계약갱신을 보장하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주택임대차 기간이 2년이니까 개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면 자동으로 주택 임대차 기간이 4년으로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야당이 이 청구권을 들고 나온 것도 그래서다. 야당은 여기에 오른 전셋값의 일부를 월세로 전환할 때의 전환율을 ‘기준금리+2%포인트’로
묶자고 제안했다.

예컨대 기존 전셋값이 3억원인데 2년새 전셋값이 1억원이 올라 1억원을 월세로 돌린다면 월세를 재계약 당시 기준금리에 2%포인트만 더해
전환하자는 것이다.

전셋값 급등 부작용 우려

현재 기준금리가 2%니까 월세전환율은 4%가 되는 셈이다. 임대차 기간이 4년으로 늘어나게 되면 세입자 입장에선 주거 불안을 덜 수 있다.
그런데 이 계약갱신청구권은 부작용도 만만찮다. 순기능도 있지만 역기능이 적지 않아 정부도 ‘절대 불가’ 입장이다.

무엇보다 전셋값이 급등할 수 있다. 실제로 1989년에도 이런 유사한 일이 있었다. 당시 주택 임대차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했는데,
전셋값이 시행 석달 만에 무려 16.9%가 뛰면서 세입자들이 잇따라 자살하는 ‘전세 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줘 임대 기간을 4년으로 늘리면 똑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수도권 평균 전셋값 2억1000만원을
기준으로 최근 전셋값 상승률이 앞으로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할 경우 기존 임대차기간이 2년일 때는 전셋값이 3900만원 정도 오르지만, 4년으로
연장되면 전셋값이 7800만원 상승한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서승환 장관도 1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계약갱신청구권은 단기적으로 전세금 상승률을 높이고 전세의 월세화를 지나치게
빠르게 만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전세가 사라지는 과도기에 계약갱신청구권 등이 도입되면 전세의 월세 전환이 더 빨라져 주거비 부담만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전·월셋값 급등 등으로 세입자 부담만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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