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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센터 유치전 '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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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986년 이후 19년간 7차례 시도했다가 수포로 돌아간 원전시설물관리시설(원전센터) 부지 선정작업에 다시 시동이 걸렸다. 그동안 눈치만 보던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주시의 공식 유치 신청을 계기로 본격 유치 경쟁에 나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원전센터 유치전은 과거와 양상이 사뭇 다르다. 무엇보다 안전에 가장 위협이 되는 사용후 핵연료 등 고준위 폐기물은 이번에 선정되는 원전센터에 넣지 못하도록 관련 법에 명시돼 있다. 여기다 각종 인센티브 등 '당근'도 추가됐다. 이 때문에 지자체끼리의 유치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그러나 아직 낙관하기 이르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지역여론의 향배가 어떻게 변할지 장담하기 어렵다. 유력한 후보지가 나올 경우 반핵 단체 등의 반대운동이 본격화할 가능성도 크다.

◆ 윤곽 드러난 유치전 구도=경주시의 움직임이 가장 빨랐다. 12일 지방의회에서 유치 동의안이 가결되자마자 서둘러 유치신청을 냈다. 지방의회의 유치 동의안은 군산시가 7월 18일 통과시켜 가장 빨랐으나 유치 신청을 미루다 선수를 빼앗겼다. 지금까지는 두 곳이 가장 활발하게 유치전을 펴고 있다.

울진군과 포항시는 지방의회에 유치 동의안을 상정해 놓고 결과를 기다리는 상태다. 영덕군과 삼척시는 8월 중 여론조사를 통해 주민여론을 확인한 뒤 유치신청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방의회의 의석 분포로 볼 때 울진. 포항보다는 영덕.삼척의 지방의회 통과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정부는 분석한다. 6곳을 제외한 의외의 지역이 등장할 가능성은 희박해 유치전은 최대 6파전으로 전개될 공산이 크다.

◆ 과거와 달라진 점은=과거 7차례 시도와 달리 이번에는 중.저준위 폐기물만 처리하는 시설을 짓는다. 중.저준위 폐기물은 원전 운영자들이 입었던 옷.장갑 등을 말한다. 사고시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사용후 핵연료 등 고준위 폐기물은 이번에 건설하는 시설에는 넣지 못하게 돼 있다. 정부가 후보지를 미리 낙점한 뒤 주민 설득에 나섰다가 실패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이번에는 경쟁입찰로 부지를 선정한다. 주민투표를 선행 조건으로 삼은 것도 이 때문이다.

유치 지역에 주는 혜택도 전보다 크게 늘었다. 우선 원전센터를 유치한 시.군.구에는 특별지원금 3000억원이 지원된다. 여기에 연평균 85억원의 폐기물 반입 수수료를 지급하고, 한국수력원자력 본사를 이전한다. 총 1200억원이 투자되는 양성자가속기 건설사업도 유치 지역에 배정된다.

◆ 앞으로 남은 절차는=공식 신청 절차가 8월 말로 마감된다. 이후에는 유치 신청이 불가능하다. 유치 신청한 곳을 대상으로 산자부가 9월 15일까지 부지 안전성과 사업추진 여건을 평가한다.

부지 안전성은 유치 희망 지역의 지질이나 지반구조가 안전한가 따지고, 사업추진 여건은 해당 지역이 문화재.상수원 보호구역인지, 또는 폐기물 운반 등에 필요한 교통 여건이 양호한지 등을 평가하는 절차다. 두 가지 평가는 점수를 매기지 않고 합격.불합격만 판정한다.

부지 안전성과 사업추진 여건에서 합격 판정을 받은 지역은 11월 22일 이전에 주민투표를 한다. 이때 복수 후보지가 경쟁할 경우 찬성률이 가장 높은 곳을 최종 후보지로 정한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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