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관계 왜 점점 복잡해져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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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사회현상의 급속한 변화는 가치기준의 혼란과 갈등을 빚으면서 은밀한 부부관계에 있어서도 보다 복합적인 요인으로 각종 문제가 표면화되고 있다.
8일 하오 생명의 전화 시민공개토론회에서는 표동춘씨(사랑받는 아내모임대표)의 「부부관계 왜 점점 복잡해지나」라는 주제강연을 통해 부부관계의 문제점과 변화요인·해결방안을 제시햇다.
조씨는 『남자든 여자든 결혼이란 개념이 완전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새로운 생의 출발이란 기대를 가지면서도 이러한 충족이 아내는 남편에 의해, 남편은 아내의 능력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밈음으로써 부부관계의 불만이 점차 가중된다』고 지적햇다.
그 결과 부부관계는 우선 외부로부터 습득한 이상과 현실생활과의 거리때문에 보다 복잡한 양상으로 긴장감을 일으킨다고 한다.
여성의 교육수준 향상만을 두고 보아도 과거에는 「다루기 힘든 여자」라는 인식이었으나 지금은 「여성이 똑똑해야 남편이 출세한다」 「맞벌이 대환영」의 방향으로 변모되고 있는 것을 구체적인 예로 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아내의 높은 지적수준은 의식적인 면일뿐 현실적으로는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하거나 적응능력이 없음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 결혼과 동시에 아내는 오히려 자기본위적이고 우월적인 남편을 원하고 있다는데서 스스르 심리적인 갈등을 겪게된다는 것이다. .
또 부부관계는 경제적인 여건으로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과거엔 남편의 조건으로 빵·성·오락제공중 우선 먹고 사는 것이 문제시되었으나 경제 전반이 발전된 지금은 오히려 성적인 만족과 오락제공이 강조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실제 경제 공급능력은 남편이면서 소비의 주체는 아내인 까닭에 남편의 수입 기준을 무시하고 소비욕구만 내세우다보면 으례 모든 책임은 남편의 무능력으로 돌려진다. 이에 아내는 다른 가정의 고급품 사용, 해외 나들이등의 사치스러움과 자신의 현실을 비교함으로써 불만과 우울증에 빠져 남편을 무시하기 시작하고 남편은 열심히 일한 만큼의 댓가를 아내에게서 평가받지 못하는 불만을 술이나 제3의 여자에게로 돌려 「돈벌어오는 기계냐」 라는 자탄과 함께 외도의 시발이 된다는 것이다.
가정에 대한 주체의식이 희박한 것도 문제다. 부부의 장래가 상대방에 의해 좌우된다는 생각으로 결혼생활에 임하다가 중년에 이르러도 생활의 굴레를 못벗어나는 것이 모두 남편의 무능력으로, 여자의 활동성 부족탓으로 돌려지게 마련이다.
남편은 「누구네집 여자는 음식솜씨도, 매너도…」등의 불평을 늘어놓고 아내는 「남편을 잘못만나서 이 모양 이 꼴」이라는 불만을 터뜨리다보면 평생 투정만 하며 살게 된다는 것.
이러한 서로의 매너리즘은 남편이 아내에게 「왜 좀더 싹싹하지 못하냐」는 요구를 해놓고 막상 아내가 성의를 보이면「그전 그대로가 좋아」 「징그럽게 왜 이래」 라는 식의 노골적인 거부를 보인다. 아내는「일찍 들어오세요」라고 여러번 남편에게 당부했으면서도 서둘러 귀가한 남편에게 「어머, 서쪽에서 해가 뜨겠네요」라는 식으로 고마와하기보다는 빈정거리는 식의 악순환으로 나타난다.
한편 결혼을 하기 전에는 남녀가 모두 대등한 입장에서 출발하지만 남자가 직장생활을 통해 계속적인 자기개발을 성취하는데 비해 여자는 현실여건에 그대로 주저앉아 「부엌데기」「여편네」라는 용어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게 된다.
이러한 호칭등에 관한 싸움은 사실 아주 사소한데서부터 시작되지만 크게는 아내에게 자기 비하로 유도되기도 해 「그럼 나는 무엇인가」라는 회의와 함께 가정의 파탄을 초래하기도한다.
따라서 아이의 문제보다도 부부간의 사랑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요즈음의 결혼관에서는 사랑은 저축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가지고 끊임없이 서로의 사랑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사랑의 실천이 무엇보다 강조되고 있다.
이를 위해 조씨는 ▲자기 자신부터 사랑할 것 ▲부부간에 갈등이 있을 경우 우선 용납하고 진정된 상태에서 옳고 그름을 따질 것▲ 사랑하는 마음은 그때그때 수시로 키스나 포옹등 적극적인 행동으로 표현할것 등을 권하고 있다. <육상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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