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질형성 말단부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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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한=처음 배치를 받은 곳은 출납인데 돈 세는 방법부터 배우기 시작했읍니다. 앞·뒤,상·하로 돈을 맞춰 세어나가면서 우리가 평소에 돈을 너무 험하게 쓴다는것도 반성했어요.
『은행원의 자질형성은 가장 말단에서 하는 일부터 손에 익혀야 일의 고충을 알수있다』 는 상사의 충고를 되새기면서도 사실 『대학을 졸업한것이 이따위 일을 하기 위한 것이었나』하는 회의도 무시할수 없더군요. 그후 창구업무를 맡다보니 돈을 잘 세는것이 바로 은행업무의 기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읍니다. 철저한 자기책임이 요구됩니다. 1만원 한장을 더 세어주는 바람에 제가 변상해야 하는 일도 있었어요.
▲장=27년간을 은행에 몸담아오면서 15년이 걸린 대리에서 다시 11년을 기다려 차장으로,그리고 작년 10월 여성지점장으로 반포에 근무하기 시작했읍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오랜 기간이었고 남녀차별의 벽을 이겨낸 쓰라린 추억이지만 전문직과 여성의 역할이라는 점에선 우선 참고 성실히 근무하면서 기다리는것이 전문직 진출의 첩경인듯 합니다.
남자들이 하찮게 여기는 일이라도 열심히, 더 나은 자리에 한눈 팔기 보다는 자신의 업무에 충실히, 순간의 흥분보다는 인내가 이 세가지를 선배로서 후배에게 당부하고 싶어요.
어느날 늦은 시각에 직원의 집에 연락을 하면서 「장대리」라고 소개를 했더니 그집 부인이 『아, 네. 장대리사모님이시군요』라는 대답을 하더군요. 그만큼 여성의 관리직 진출이 현실적으로 쉽게 납득이 어려운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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