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기름값이 무서워… "먼지도 무겁다" 청소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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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공짜 점심은 없다."

최근 미국 항공사 대부분이 정한 새 경영 방침이다. 고유가에 시달리는 항공업계가 한푼이라도 비용을 줄이기 위해 식사까지 없애가며 다양한 방법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비즈니스위크는 14일자에서 노스웨스트항공이 탑승객에게 무료로 제공하던 음료수를 유료화한다고 보도했다. 노스웨스트항공은 이미 7월부터 잡지와 과자 제공 서비스를 없애고 바다를 건너는 노선을 제외하면 베개와 영화도 없다. 프리첼 과자 하나만 기내에서 없애도 연간 200만 달러를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기름 자체를 절약하기 위해 갖가지 방법도 속출한다. 영국항공은 착륙할 때 종전의 계단식 하강 대신 스키 슬로프를 내려오는 듯한 연속 하강법으로 바꿨다. 항공유 0.5t이 덜 들기 때문이다. 전일본항공(ANA)은 비행기에 싣는 물과 담요의 양을 줄였다. 조금이라도 가벼워야 기름을 덜 먹기 때문이다. 싱가포르항공은 아예 기내의 조리용 선반과 음료 카트를 쇠보다 가벼운 가죽으로 만들었다. 비행 중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비행기 표면에 쌓이는 먼지와 얼음 등을 없애는 외부세척을 자주 하는 항공사도 있다.

그러나 라이언항공.사우스웨스트 등 대표적인 저가 항공사들은 고유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고 있다. 영국 라이언항공의 마이클 올리리 대표는 "배럴당 60달러대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항공사는 우리뿐"이라며 고유가를 환영했다. 경쟁사가 줄어들어 장기적으로 영업 환경이 나아질 것이라는 뜻이다.

미국의 사우스웨스트는 선물 거래를 통해 올 하반기에 필요한 항공유의 85%를 배럴당 26달러에 이미 확보해 놨다. 유가 폭등으로 항공권 가격에 2~10달러의 연료비를 더 부과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델타.유나이티드항공 등으로선 부러워할 수밖에 없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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