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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공 스파이도 미 전자기술을 노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최신 전자기술의 집산지인 미국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인근 상호세에 있는 치펙스회사는 얼핏 보기에 마이크로 칩 기술 붐을 타고 새로 설립된 신입생인 것 같다. 불과 15명의 직원만으로 이 회사는 미국컴퓨터산업의 최첨단을 걷는 수많은 각종 부품메이커며 설계회사들 틈에 쉽게 끼어 들었다.
캘리포니아 디바이스회사대표「로버트·립」은 치펙스회사의 주문을 받아 최신 설계기법을 사용한 마이크로칩라인생산을 도와주면서도 아무런 이상한 낌새도 눈치채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들은 모두 중국인이었지만 인근에 큰 차이나타운이 있고 하기에 그저 우연히 중국인들만 고용됐구나 하고 생각했었지요.』 그러나 요즘에 와서 치펙스와 거래를 하는 회사들은 딴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됐다.
지난여름 미국정보기관의 두 차례에 걸친 면밀한 조사결과 치펙스는 영리를 목적으로 한 회사가 아님이 밝혀진 것. 연방조사관들은 이 회사가 중공이 간접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서 미국의 첨단 컴퓨터 노하우를 불법적으로 빼내가기 위해 설립되었다고 추정했다. 산업스파이 회사인 셈이다.
미 상무성은 치펙스가 홍콩에 본사를 두어 북경과 연결되는 3개회사 중의 하나라고 믿고 있다. 관리들은 또 홍콩회사들이 지점이나 사무소를 미국에 설치함으로써 중공은 실리콘 밸리의 심장부에까지 마수를 뻗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것은 물론 수출이 금지된 첨단기술을 중공으로 빼내기 위한 것이다.
상무성은 치펙스 등을 고발하지는 않았지만 관련회사들에 더 이상 마이크로 칩 유출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관련회사들이란 치펙스 본사인 후아코전자, 엘켑전자, 시스팀 스테이터 등 홍콩에 있는 3개회사를 말한다. 이런 조치가 내려지자 홍콩 측은 기다리기라고 했듯이 발끈하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자체 마이크로 칩 개발에 들어간 홍콩 측은『본격적인 생산단계에 올라서면 수출시장에서 미국을 때려뉘게 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측은 그런 조치가 홍콩과의 수출경쟁에 이기기 위한 상업적인 차원에서 내려진 것은 아니며 단지 중공의 산업스파이것을 막기 위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미국의 이런 주장은 그만한 근거가 있다. 81년 여름 치펙스를 설립한 후아코는 홍콩에 후아유안이라는 또 다른 모 기업(모기업)이 있으며 이는 바로 북경에 있는 국영 경공업회사의 홍콩거래선이기도하다.
이 같은 간접연결루트를 타고 치펙스는 캘리포니아에서 첨단을 걷는 지식과 최신장비를 필요로 하는 마이크로 칩 생산을 전문적으로 해내고 있었고 한편으로 홍콩에서의 생산공장설립을 위한 미국의 수출대리점역할도 해왔다.
치펙스가 의심을 받게 된 이유중의 하나는 상용여권을 갖고 미국에 온 중공 인들만을 종업원으로 채용한 점이다. 그들은 이런 수법으로 중공의 수많은 컴퓨터전문가들을 미국에 데러다 실무교육을 시켰던 것 같다. 업무를 열심히 한 탓으로 돈도 많이 벌었을 것이다.
이 회사에 대한 조사가 착수된 것은 지난5월. 상무성은 치펙스가 모회사와의 거래관계로 미국의 국가안보를 해치고있다는 이유를 내 새왔다. 수출허가는 즉각 무기한 연기됐고 2주일 후 샌프란시스코 공항 세관당국은 홍콩으로 떠나려던 미국국적의 치펙스 사장에게 출국정지조치를 내렸다.
수색결과 그의 집에는 75개의 실리콘 마이크로 칩들이 숨겨져 있었다. 이와 함께 공장에 있던 서류들도 모두 압수됐다. 10여명의 치펙스 직원들은 조사가 시작되자 갑자기 중공으로 귀국해버렸다.
치펙스 회사변호사들은 이 회사가 중공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으며 따라서 압수된 장비와 서류들은 돌려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출금지령이 내려진 홍콩의 나머지 2개회사들도「중공소유」가 아니라고 내세웠으나 엘켑 사의 사장은 중공고위관리인「롱·이렌」의 아들「래리·영」이다.「이렌」은 북경에 있는 국제신용투자회사의 대표. 시스팀스 데이터사장「존슨·마」또한 중공관련 설을 강력히 부인했으나 상무성은 보잘 것 없는 소규모회사가 엄청난 양의 생산시설 주문을 한 것은 중공이 뒤에서 사주를 한 것이 틀림없다고 보고있다.
미국 측의 이번 조사는 최고 수준의 기술에 대한 비밀을 훔쳐가려는 중공이나 일본 등의 불법적인 시도를 근절시키려 한 것이며 정상적인 기술수출을 막자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레이건」행정부는 특히 중공 측에 기술교역의 문호를 활짝 열어 놓고있기 때문에 중공으로서도 실리콘 밸리에 잠입하느니보다는 직접 워싱턴으로 가서 기술협조를 부탁하는 것이 정정당당하고 보다 빠른 길이 될 것이다.

<뉴스위크지10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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