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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내리는 자원봉사 제도 보완으로 활성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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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최근 우리 사회에서 불고 있는 자원봉사의 바람은 무척 고무적이다. 과거 일부 한가한 사람들의 소일거리로 폄하되던 데서 벗어나 이제는 자원봉사가 '이웃과 함께하는 삶의 일부'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03년 사회복지 자원봉사 통계연보'에 따르면, 자원봉사자 수는 총 14만4623명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의 7만1521명에 비해 두 배로 늘어났다. 특히 2001년부터 시작된 사회복지 자원봉사활동 인증관리사업은 지난해 12월 말 현재 전국에 1700여 개소의 인증센터가 개설되고 55만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등록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등록된 자원봉사자 수는 비록 전체인구의 1%를 조금 넘는데 그치고 있지만 수요에 맞춘 정예화된 자원봉사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자원봉사활동이 더욱 활성화되고 성숙해지기 위해선 다음 몇 가지 사안들이 검토돼야 한다.

첫째, 다양한 인센티브의 도입과 운영이다. 각급 학교의 입학전형이나 장학생 선발 등에 가산점을 부여한다든지, 교통카드나 식사 제공 등의 아주 기초적인 편의를 제공한다든지, 기업체.공공기관 등에서 승진과 포상 등 여건에 맞는 혜택을 주는 방안이 활성화돼야 한다.

둘째, 현재 봉사활동 프로그램의 보완 개선이다. 봉사활동 수요처의 필요에 맞지 않는 천편일률적인 봉사활동 형태나 내용에서 벗어나 봉사의 범위와 종류를 넓히고, 봉사 실적의 등록기준을 다양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헌혈이나 골수기증 등을 봉사활동 실적으로 인정한다든지, 원거리 이웃봉사활동이 곤란한 사람의 경우 전화를 걸거나 안부를 묻는 것도 봉사활동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또 현재의 노력봉사활동 일변도에서 벗어나 본인이 가지고 있는 전문기술을 펼칠 수 있는 분야를 봉사활동의 대상으로 개발하는 것도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

셋째, 자원봉사 실적관리 체계의 개선이다. 최근 업무에 돌입한 자원봉사카드 발급사업은 좋은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자원봉사카드를 인증센터에 제시하면 신속하게 봉사활동 실적정보를 누적 관리할 뿐만 아니라 자원봉사자카드 우대가맹점을 이용할 때 충전식 선불카드 기능이나 포인트 적립 및 할인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여러 해 논란 끝에 자원봉사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참여복지 5개년 계획'에 따르면 2008년 말까지 사회복지 자원봉사자 수는 1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보다 큰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자원봉사 활동분야를 다각화하고, 자연스럽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더욱 넓혀 나가야 한다.

자원봉사활동은 개인은 물론 우리 공동체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함께하는 사회'의 초석이 될 자원봉사는 그래서 앞으로 더욱 큰 운동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길호섭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