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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미애의 줌마저씨 敎육 공感

가채점은 가짜일 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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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이미애
네이버 카페 국자인 대표

수능 이후 점수가 정식으로 나오기 전에 여기저기서 추측해 보는 점수가 가채점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가채점이라는 말이 탄력을 받고 있다. 입시업체들은 가채점이라는 말을 등에 업고 실제 점수가 나올 때까지 희망고문에 가까운 모든 홍보를 한다. 그래서 요즘 온갖 설명회가 열린다. 여기에 각 지방자치단체나 교육청까지 동참하고 있다.

 한 엄마는 “그동안 노력한 아이의 결과가 이렇게 실수 하나로 무너지다니. 아이가 너무 불쌍하다”고 펑펑 울고, 또 다른 엄마는 “너 그럴 줄 알았다”며 아이에게 화를 퍼부어대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 모든 것이 가채점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실제 점수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가채점으로 인해 자신의 위치를 알고 정시를 준비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러지 않을 수도 있다.

 민기는 공부를 잘했다. 뛰어난 아이라기보다는 부모님, 특히 엄마 말을 잘 듣는 공부 습관이 잘 잡힌 아이였다. 예를 들자면 영어 실력이 뛰어나지 않으나 학교 시험에서는 지문을 모두 외워 100점을 맞기도 하는 아이였다. 수능 이후 민기는 본인이 쓴 답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았다고 한다. 모든 과목에서 한 문제로 등급이 갈리고 점수가 갈리는 상황에서 자신감이 부족한 아이는 논술시험을 보러 갔고 수시에 합격했다. 하지만 정식으로 나온 수능 점수는 모든 과목에서 최상이었다. 물론 아이는 지금 자신이 수시에서 합격한 학교에 잘 다니고 있다. 하지만 가채점이라는 게 주는 불안은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

  우리는 왜 실제가 아닌 가짜의 예상에 대한 공포로 사회적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가. 그 수많은 업체가 설명회를 기획하고 진행하고 자료를 인쇄하고, 수많은 학부모와 학생이 거기에 참석하기 위해 교통비와 시간을 지출하는 것을 생각하면 이 모든 것이 진짜 점수가 아닌 가짜에 놀아난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가짜를 바탕으로 ‘입시 컨설팅’은 언제까지 허용돼야 할까. 실제 수능 점수가 나오면 마치 남의 일처럼 가채점 결과는 쑥 들어가 버린다. 틀려도 모두 “오차범위 내였다”는 단서를 달고서.

 수능은 봤어도 아직 정식 점수는 나오지 않았다. 정시는 시작하지도 않았다. 지금부터 벌써 울고 지치면 스스로에게 KO를 선언하는 꼴이다. 정식으로 수능 점수를 받으면 그때부터 진짜 정신 차리고 집중해야 한다. 그러려면 기운을 저축해 둬야 한다. 정시지원을 말짱한 정신으로 하려면 밥 잘 먹고 잠 잘 자고 내적 에너지를 축적하시길.

이미애 네이버 카페 국자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