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분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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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사람의 눈에 가장 아름답고 조화롭게 보이는 비율을「황금분할」이라고 한다.
고대 그리스인들의 발견이다.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도 그 비율을 이용해 만들었다.
기원전300년 께에 만들어진「유클리드」의「기하학」속에도 그 명제는 이미 포함돼 있었다.
그 시원을 바빌로니아문화에서 찾는 견해도 있다.「피타고라스」는 이 황금비율을「신성과 구원의 징표」로 보았다.
그 전통에 따라 이탈리아 수학자「루카·파치울리」는「신성분할」(디비나·포르포치오녜)이라고 부른 적도 있다.
「황금분할」(golden section)이란 말은 1830년에 처음 사용되었다.
고대그리스이래 건축, 회화에 응용된 그 비례는 대체로 1대0·618이다.
현대 프랑스 건축가「르·코르뷔제」가 개발한「모듈러」도 결국 이 비례에 따라 분할되는 인체를 표준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일본의 한 고고학자가 황금분할의 수치 통설에 중대한 이의를 제기했다.
고대그리스이래 전해오는 통설에 대한 하나의 반기로서 벌써 학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 일본학자는 서독보훔대에 제출한 그의 논문에서 황금분할의 수치는 l대0·618이 아니라 1대0· 382라고 밝히고 있다.
그는 서독박물관소장의 고대그리스 아티카 술잔 5백개를 뒤져 그 측정치를 비교했다. 술잔의 크기는 각각 다르고 모양도 일정하진 앉았지만 구경과 술잔 바닥 (각저부) 의 직경비가 하나같이 1대0·382였다.
그리스신전의 기단 폭과 기둥의 높이의 비율도 조사했다. 역시 아티카 술잔이 많이 만들어진 기원전 525년께의 델포이 아폴로 제5신전이나 기원전 460년께의 올림피아 제우스신전까지 모두가 1대0·382의 수치가 나왔다.
놀라운 일치였다.
묘한 것은 그가 발견한 0·382의 수치와 통설의 황금분할 수치인 0·618욜 합하면「1」이 된다는 사실.
따라서 옛날에도 0·382란 수치는 알고 있었지만 후대에 와서 0·618이라는 큰 쪽의 숫자가「황금분할」이란 아름다운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 같다는 해석이다.
그의 논문은 지난 4월 스위스의 바젤에서 열린 국제파르테논회의에서 발표되어 건축가들과 수학사가들의 경탄을 자아냈다고 한다.
황금분할의 수치가 한국의 문화재들에서도 발견된다고 최초로 발표한 것은 일본인「미요」(미대치) 였다. 우리의 국보석굴암과 다보탑을 실측, 연구한 결과다.
최근엔 배만실 교수 (이대)가 장롱과 반닫이 등 우리 전통 목공예품들이 황금비례의 수치를 가지고 있다고 발표하고 있다.
사실 우리는 비록「황금분할」이란 용어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전래의 미적 비례를 알고 있었다. 이른바 구고현법 (구고현법) 이다.
그런 미적 비례의 안목과 과학이 있었기에 한국의 전통미는 지금도 유달리 뛰어난 면목을 자랑하는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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