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해야할 대역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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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죽어가는 한강을 소생시키기는 대역가 28일 착공되었다.
공사가 끝나는 3년 후면 생활하수도와 폐수로 찌든 한강은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르고 워커힐에서 난지도에 이르는 90리길에는 유람선이 오르내리는 「물의 공원」으로 탈바꿈한다.
설악산과 오대산에서 시작되어 한반도의 중허리를 관류하는 한강은 유역면적만도 2만5천2백18·9평방km에 이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강이다. 서울을 포함해서 전 인구의 32%가 이강 유역에 살고있고 GNP의 41%를 차지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수도를 관류하는 강 가운데서 한강만큼 버려진 강도 없었다. 영국의 템즈, 파리의 센, 워싱턴의 폰토믹, 서독의 라인강은 시민모두의 사랑을 받는 강들이다.
워싱턴의 포토믹 강에서 커다란 물고기들이 노닌다는 것은 우리들이 익히 들어온 부러운 이야기다. 한때 죽음 일보전에 이르렀던 영국의 템즈강이 막대한 자금과 오랜 시일이 걸린 국민적인 노력으로 회생했다는 것도 너무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불과 20여년전만해도 뚝섬, 광나루는 물론 제1한강교밑까지도 여음 한철 시민들이 더위를 식힐 수 있는 휴식처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해방 전까지만 해도 한강은 중부지방 수운의 중추로서 양곡, 연료, 해산물 등을 교역하는 동맥이기도 했다.
그러나 50년대 들어서부터 육군이 발달하면서 한강의 수운기능은 퇴락했고 생활하수뿐 아니라 개발러시에 따른 각종 폐수로 한강은 해가 다르게 오염되어온 것이다.
3천5백억원이란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한강종합개발계획은 고수부지조성, 강변도로확충 및 산책로, 자전거전용도로 건설 등 시민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는데도 역점을 두고 있지만 이 계획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르도록 한다는데 있다.
맑고 깨끗한 물이 없는 한강개발이란 한마디로 아무런 뜻이 없다.
강물이 썩어가는데 그 주변에 위락시설을 아무리 훌륭히 해놓는다고 그것을 진심으로 즐길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88올림픽과 86년의 아시안게임이 한강의 종합개발공사를 촉진시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바로 거기에 이 공사가 범할지도 모를 허점이 도사릴 수 있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이 계획의 핵심은 강물의 수질을 깨끗이 하는데 있음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주변에 공원을 조성하고 도로를 넓히는 따위 일은 부수적인 사업에 불과하다.
이제까지의 정부사업의 패턴을 보면 전시효과에 치우치는 경향이 없지 않았다. 한강개발사업에서 또다시 그런 일이 되풀이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특별히 강조하고 싶다.
개발효과에 치우쳐 환경이나 생태계의 파괴 등 부작용을 소홀히 한다면 그것은 외화에 치중한 나머지 내실을 소홀히 하는, 본말의 전도를 뜻하는 것이다.
물론 한강오염의 주범은 9백만 가까운 서울사람들의 생활하수와 공장폐수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장장 5백14km의 한강가운데서 36km만을 개발한다는 것은 수질개량이라는 점에서만 보면 어색하다.
한강의 상류에서는 강을 더럽히는 일, 물고기를 남획하는 몰지각한 일들이 지금도 버젓이 행해지고 있다. 설혹 이번 계획으로 서울의 취수원은 보다 깨끗해진다 해도 서울 하류쪽의 가중될 수질오염에는 어떻게 대처할지도 궁금하다.
공사의 질 또한 걱정거리다. 콘크리트로 범벅을 하는 일이 능사일 수만은 없다. 시일에 쫓기거나 자금이 달린다해서 부실하게 공사를 한다든가 생태계를 파괴하고 자연경관이라도 해친다면 처음부터 아니함만 같지 못할 것이다.
전대통령의 언급처럼 복장을 종합적으로 다듬고 가꾸는 이 사업은 국토를 아름답게 보전코자하는 국민적 여망을 담은 「민족의 대역사」인 것이다.
사업이 이처럼 중요한만큼 사업에 임하는 자세는 한결 진지해야하고 성의를 다하지 않으면 안된다. 한번 잘못 손댄 자연환경은 다시 소생시키기 어렵다는 인식을 새롭게 해야할 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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