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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내 DJ 직계 "국정원이 추가 소명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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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입원 중인 김대중 전 대통령이 12일 오후 신장투석 치료를 받은 뒤 휠체어를 타고 병실로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중(DJ) 전 대통령의 입원 사흘째인 12일. 정치권의 눈과 귀는 여전히 신촌 세브란스 병원으로 쏠렸다. 불법 도청과 테이프 내용보다 국민의 정부→참여정부로 이어지는 신.구 여권의 갈등에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열린우리당 이용희.임채정.배기선.유선호 의원 등 국민의 정부에서 청와대.정부 요직을 지냈거나, DJ 직계로 분류되는 여당 의원 12명은 이날 조찬 모임을 갖고 'DJ 경호부대'를 자임하고 나섰다.

당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전병헌 의원은 모임 직후 기자 회견을 열고 "DJ의 도청 근절 의지는 직접 모신 우리들이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DJ 때도 불법 도청이 있었다는) 국정원의 중간 발표가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며 "상당 부분 잘못 해석되고 있는 것에 대해 추가 발표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출신의 김한길 의원도 별도 기자간담회를 통해 "적어도 1999년 9월 '국민 여러분, 안심하고 통화하십시오'라는 신문 광고를 냈을 당시에는 불법 휴대전화 도.감청이 없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DJ 정권=거짓말쟁이'라는 공격에 대한 반박인 셈이다. 그는 "당시 청와대 주무 수석으로서 국정원은 물론 정보통신부에 기술적 사항까지 확인했었다"고 했다.

김 의원은 간담회 말미에 "부모가 (미성년자인) 자식에게 '담배 피우지 말라'고 아무리 강하게 말해도, 며칠 안 피우다 (숨어서) 다시 피우는 사람이 나올 수 있지 않으냐"고 했다. 부모(DJ)의 강한 의지에도 자식(국정원)이 말을 안 들으면 어쩔 수 없지 않으냐는 얘기다. DJ 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조성태 의원도 "국민의 정부에서 국정원이 자의적으로 불법 도청을 했다면 이는 당시 국가원수에게 누를 끼친 것"이라며 "추가 소명 책임은 국정원에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공세를 이어갔다. 이낙연 원내대표는 "국정원의 'DJ정부 도청' 조사는 졸속"이라며 "이번 발표에 김승규 원장과 별도의 또 다른 (인사의) 의사가 작용하지 않았는지 확인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이어진 문병 행렬=이날 오후 5시쯤 이해찬 국무총리가 병원을 찾았다. 과일 바구니를 들고 온 그는 DJ와 30여 분간 대화를 나눴다. 이 총리는 면담 뒤 내용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입을 닫았지만, 표정은 비교적 밝았다. 오전에는 한화갑 민주당 대표가 병원을 찾았다. 신장투석 중인 DJ 대신 부인 이희호 여사가 맞았다. 한 대표는 "퇴원까지 날마다 찾아뵙겠다"고 했다. 이 여사는 "바쁜데 또 오지 않아도 된다"고 답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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