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 북한투자 바람 부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북한 핵 문제가 해결 조짐을 보이자 동남아와 유럽의 20여 개 기업이 북한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이 12일 보도했다. 외국 기업들의 북한 진출을 돕고 있는 싱가포르 출신 변호사 켈빈 치아는 "1990년대에 이어 두 번째 북한행 바람이 불 전망"이라고 전했다. 치아는 외국인 법률회사로 2004년 10월 북한에 처음으로 문을 연 '켈빈 치아 파트너십'의 대표다.

신문에 따르면 치아는 5월 북한 투자에 관심 있는 인도네시아 광산업자와 함께 평양 인근의 광산을 방문했다. 광산지대의 도로와 전력 사정이 생각보다 좋다고 판단한 이들은 가까운 시일 내 북한-인도네시아 합작 광산회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대북 컨설턴트인 토니 미셸도 다음달 8명의 투자가를 이끌고 방북할 예정이다. 그는 미국이 대북 제재를 풀 경우 "북한은 좋은 투자처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외화 부족에 허덕이는 북한은 외국기업 유치에 적극적이다. 북한은 지난해 최고인민회의(국회)에서 외국인 투자법을 개정, 대북 투자 조건을 완화했다.

제한적이지만 외국인에게 완전한 소유권을 인정하는 조치도 취했다. 외국 바이어들의 개성공단 방문도 허용해 지난달 중순까지 일본.독일.호주.중국 기업인에게 총 19건의 비자를 발급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 진출은 아직 위험이 많다고 말한다. 미셸이 90년대 북한 진출을 도운 8개 외국 기업 중 지금 활동 중인 곳은 하나뿐이다. 북한에서 휴대전화 사업을 했던 태국의 노스이스트 아시아 텔레콤의 경우 지난해 5월 북한 정보기관의 휴대전화 몰수 조치로 도산하고 말았다.

최원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