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세계 정상도 ‘남 불행은 내 행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란 말, 세계 지도자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스티븐 월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26일(현지시간) 포린폴리시에 실린 “세계 지도자들이 감사히 여길 10가지”라는 글에서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라는 키워드를 제시했다. ‘남의 불행을 보고 기뻐하는 마음’이라는 뜻으로, 독일어에서 왔지만 영어·불어에서도 쓰인다.

국제정치학계 권위자인 월트 교수는 추수감사절인 27일을 맞아 “감사할 일들을 생각해보자”며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주석부터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 등을 행복하게 만드는 이유를 짚었다.

 시 주석에게 기쁨을 주는 존재 1위는 단연 미국이다. 미국이 수니파 무장정파 이슬람국가(IS)부터 시리아 등의 문제로 골머리 앓는 상황 속에서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상대적으로 멀어지면서 중국이 지역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으며, 미국처럼 수렁에 빠지는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궁리하고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차기 대선 주자로 꼽히는 힐러리 클린턴에 대해서는 “국무장관 시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전권을 주지 않았다는 점에 감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 앞에 산적한 외교·안보 골칫거리의 책임에서 자유롭다는 이유를 들어서다.

 10%대 지지율에 허덕이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에게도 위안은 있다. “지지율이 그렇게 낮아도 현재 프랑스에선 대통령 탄핵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웃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감사해야 할 이유는 뭘까. “간단하다. 프랑스 대통령이 아니라는 것.”

 푸틴 대통령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 사태부터 서방의 경제제재에 유가 하락까지 올해 웃을 일이 별로 없다”면서도 “그나마 핵무기는 많이 남아있지 않느냐”고 냉소했다. 지난달 재선에 성공한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에 대해선 “(대선 직전 치러진) 브라질 월드컵에서 독일에 7:1로 참패했지만 월드컵 자체를 무사히 치러내며 재선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형식적으로나마 시 주석과 악수를 할 수 있었던 것”을 감사해야 하는 이유로 들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언급되지 않았다.

전수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