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이견…13년 동거청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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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구사회민주주의정권의 모범생으로 일컬어져왔던 서독사회민주당(SPD)이 17일 연립정권을 지탱해주던 중도 온건노선의 자유민주당(FDP)과 경제정책상의 마찰을 이유로 헤어짐으로써 13년 집권에 종지부를 찍고 빠르면 다음주중에 기민·자민당의 보수연립정권이 들어선 가능성이 확실해졌다.
사민당은 자민당소속 각료「겐져」외상을 비롯한 4명이 내각에서 물러나며 일단 단독 소수내각을 구성했지만 의회에서 캐스팅 보트를 쥐고있는 자민당이 보수야당인 기독교민주-기독교사회동맹(CGU-CSU통칭 기민당)과 연정을 구성할 뜻을 굳히고있어 「슈미트」수상의 사민당내각은 곧 물러나야 할 처지에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서독의회에서는 양대정당인 사민당과 기민당이 절대다수를 차지하지 못해 자민당의 태도가 집권여부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SPD 2백15석, CDU-CSU 2백26석, FDP 53석, 무소속 3석).
사민-자민 연정의 붕괴는 예상보다 약간 빠르기는 했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불가피한 것으로 관측돼 왔었다. 특히 금년들어 서독의 경제사정이 악화되면서 여러차례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두 정당에 대한 국민의지지가 떨어져 계속 참패하면서 대부분의 관측통들은 연립정권이 올해를 넘기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해왔다.
사민당과 자민당의 마찰은 지난 80년 선거를 치르고 새 정권을 구성한지 1년도 되지않은 지난해 81년도 예산편성을 두고 줄곧 대립된 상태로 계속돼왔다.
두 정당의 의견은 경제난 타개를 위한 경제정책을 두고 충돌을 빚어왔다. 사민당측은 아무리 경제가 어렵더라도 사회보장정책을 계속하려는데 대해 자민당은 사회보장정책을 축소하고 기업지원을 통한 경기부양에 정책의 역점을 두고자했던 것이다. 지난해에는 가까스로 타협해서 위기를 넘겼으나 올해도 같은 문제를 두고 대립하다 결국 갈라서게 된 것이다.
더구나 자민당으로서는 계속 인기가 떨어져 「침몰하는 배」인 사민당과 함께 침몰할 수는 없다는 판단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80년의 의회선거에서 42·9%의 지지를 받았던 사민당이 최근의 한 여론조사결과 지지율이 29%로 뚝 떨어지고 항상 10%안팎의 지지로 제3당의 위치를 차지하던 자민당은 최근 젊은 세대를 주축으로 한 환경당에 밀려 제4당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지난 13년간 야당으로 머물러온 기민당의 경우 지난80년 선거에서 44·5%의 지지를 받았으나 최근에는 56%로 인기가 뛰어올랐다. 이런 추세는 지난해부터 있었던 각주의 선거에서도 두드러져 사민·자민당은 계속 참패했다.
그 원인은 지난 수년간 누적돼온 경제불황이 악화되고 있는데서 찾아야할 것이다.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반전하고 유수한 기업이 도산하는가 하면 실업자수는 계속 늘어나 금년 말이면 2백만명이 넘을 것으로 우려된다(81년8월 실업률5·5%→82년8월 실업률7·4%).
이외에 물론 13년이나 장기 집권하면서 신선감을 잃은 사민당에 대한 국민들의 염증도 작용하는 것은 물론이다. 「슈미트」수상은 정권에서 물러서는 것을 뜻하는 자민당과의 몌별을 선언하며 기민당에 대해 의회를 해산하고 새로운 선거를 실시하자고 요구했다. 이는 국민들에 대해 사민당이 정권을 잃게 되더라도 두사당의 신의를 지키겠다는 결의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한참 인기가 내림세에 있는 자민당은 새로운 선거를 회피하고 기민당과의 연정을 통해 우선 인기를 만회하겠다는 생각으로 있고 기민당 역시 우선 자민당과 연정을 구성, 집권한 다음 총선여부를 결정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다음주에 새로운 기민-자민 보수정권의 등장이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본=김동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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