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2만 퍼거슨에 군 2200명 투입 … 오바마 “방화는 범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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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마이클 브라운을 사살한 대런 윌슨 경관에 대한 불기소 처분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교차로에 누워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로이터=뉴스1]

흑인 청년을 사살한 백인 경관을 불기소하며 불붙은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의 시위가 하루만인 25일(현지시간) 미국 내 170여개 도시로 확산됐다.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이 총에 맞아 사망했던 인구 2만 명의 소도시 퍼거슨에는 군 병력 2200여 명이 투입돼 군·경찰과 시위대의 밤샘 대치가 이어졌다. CNN은 뉴욕·워싱턴·로스앤젤레스·시애틀·마이애미 등 170곳 이상의 도시에서 시위대가 거리로 나섰다고 전했다.

 전날 밤 방화와 약탈이 벌어졌던 퍼거슨에는 제이 닉슨 미주리주 주지사가 방위군 1500명을 추가 배치했다. 닉슨 주지사는 “범죄자들이 지역 사회에 테러를 저질렀다”고 폭동 사태를 비난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건물에 방화하고 차에 불을 지르고 재물을 파괴하고 인명을 위협하는 것에 대해선 관용이 있을 수 없다”며 “이는 범죄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날 밤 시위대가 던진 화염병에 경찰차 한대가 불타는 등 긴장 상태가 계속됐다.

 시위는 미국 전국으로 번졌다. 오후 워싱턴 시내 프리덤 광장에선 “싸우자! 이기자! 잃을 게 없다!”는 시위대의 구호가 이어졌다. 이들은 ‘쏘지 마’ 등이 적힌 종이를 펼친 채 일제히 광장 바닥에 들어 눕는 ‘시신 시위’를 벌였다. 시위에 나선 제시카 피어슨은 “백인 경찰을 기소하지 않은 것은 흑인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한 여성은 네 살 아들과 다섯 살 딸을 데리고 시위에 참여했다. 이날 밤 버논 광장에 집결한 시위대 1000여 명은 “마이클 브라운”을 외치며 차이나타운 거리로 행진했다. 시위대 일부가 성조기에 불을 붙이는 장면도 SNS에 등장했다. 이어 국립초상화전시관 앞에 모인 시위대는 ‘우리 승리하리라’를 부르기도 했다.

 뉴욕 맨해튼에선 수천 명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가 처음으로 벌어졌다. 당초 맨해튼의 유니온스퀘어 일대에서 수백명 규모로 시작된 시위는 밤이 깊어지며 숫자가 늘어 타임스 광장에 이어 맨해튼 다리를 지나는 대규모 행진으로 이어졌다. ‘살인자 경찰을 감옥에’라는 피켓을 들고 북과 트럼펫을 연주하는 시위대에 맨해튼 일대가 마비됐다. 시위대로 행진하던 그웬 타일러는 “경찰의 살인에 질렸다”고 말했다.

 보스턴에서도 “경찰이 애를 죽였다”고 적힌 사진을 든 시위대 1000여 명이 거리로 나섰다. 로스앤젤레스의 시위대는 경찰의 저지에도 불구하고 도로를 점거했다. 시위대 일부는 경찰에 “죽이려면 구경꾼 말고 나를 죽이라”고 고함을 질렀다.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선 이틀째 폭동 사태가 계속됐다. 시위대는 주차됐던 자동차를 부수고 건물 유리창을 깨며 무법 상태가 반복됐다.

 총격을 가했던 경관 대런 윌슨은 “마이클 브라운이 마치 악마처럼 보였다. (그와의 몸싸움에선 내가) 헐크 호건에 매달린 다섯 살 꼬마 같았다”고 주장해 유족들이 반발했다. 반면 전날 밤 브라운의 양부는 퍼거슨 시위대에 “불태우라”며 고함을 질러 폭동을 조장했다는 비판을 불렀다.

 한편 조원구 세인트루이스 한인회장은 본지 통화에서 “퍼거슨의 한인 미용 재료상과 휴대폰 판매점 등 2곳이 전소됐고 다른 미용 재료상 3곳이 약탈당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약탈된 1곳은 철문을 내렸지만 약탈범들이 총을 쏴서 철문을 부수고 들어가 물건을 다 빼내갔다”고 전했다. 조 회장은 “퍼거슨 내 한인 업소는 15곳 안팎으로 숫자에 비해 피해가 많은 이유는 상가 밀집 지역에 위치해 있 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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