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분방하게 행동하면 성폭력 당할 수 있다 경고했다가 …

중앙일보

입력

헝가리 경찰이 여성들의 자유분방한 행동이 성폭력을 유발한다는 내용의 성폭력 예방 동영상을 만들어 인터넷에 올렸다가 여성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BBC가 25일 전했다.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인 여성이 성폭력을 유발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줬기 때문이다.

헝가리 서부 바스카운티 경찰청은 지난 22일 ‘당신이 성폭력을 유발할 수 있고 막을 수 있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성폭력 예방 동영상을 만들어 유튜브 등에 올렸다. 동영상에는 3명의 젊은 여성이 나이트클럽에 가 술 마시고 낮 선 남자들과 어울리다가 여성 중 1명이 모르는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했음을 보여준다. 동영상은 “여성들의 방종한 행동이 성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동영상은 ‘세계 여성 폭력 추방의 날'(25일)을 맞아 제작됐다.

이에 대해 헝가리 여권 옹호 단체인 케렛은 성명서에서 “동영상은 해롭고 위험하다”며 “성폭력은 여성의 옷 때문에 발생한 게 아니다”고 밝혔다. 헝가리여성로비의 레카 사프라니는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아마추어적인 성폭력 예방 캠페인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헝가리 여성단체들은 바스 경찰청이 해당 동영상을 인터넷에서 삭제하고 제대로 된 동영상을 만들라고 촉구했다.

정재홍 기자 hongj@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