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X자 완장 찼다가 구설 오른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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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신인 걸그룹 프리츠가 잇따라 서방 언론의 도마에 올랐다. 독일 나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를 연상케 하는 의상 때문이다. 프리츠는 지난 2일 한 공연에서 붉은색 바탕에 흰색 원이 그려져 있고 그 안에 X가 표시된 완장을 찼다. 이후 온라인에서 논란이 점화됐고 월스트리트저널은 13일(현지시간) “한 K팝 걸그룹이 나치즘을 연상시키는 완장을 차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리츠의 소속사 측은 “로고는 속도제한 교통 표지판에서 착안한 것”이라며 의상을 수정할 뜻을 밝혔지만 18일 공개된 뮤직비디오에선 또다시 완장을 차고 등장했다.

그러자 이번엔 독일 언론에까지 등장했다. 일간 디 벨트는 24일자에서 ‘나치 유니폼 차림의 소녀밴드’란 제목으로 “이 밴드는 이미 나치 완장으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고 보도했다. ‘의상이 프리츠가 자신들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란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의 의견도 전했다.

동아시아에서 제국주의 일본의 욱일승천기 문양에 민감하듯이, 서구에선 나치의 상징에 민감하다. 지난해 골 세리머니로 나치식 경례를 한 그리스 축구선수가 ‘영구 국가대표 선발 제외’ 징계를 당했고 미국에선 아이 이름을 ‘히틀러’로 지은 부부가 아동학대 혐의를 적용 받기도 했다.
반면 아시아에선 나치 상징이 대수롭지 않게 사용되는 경우들이 있다고 디 벨트는 전했다. 2011년 태국 치앙마이의 한 학교 학생들이 나치 복장으로 가장행렬을 벌였고 2010년 일본의 한 할인 체인점은 나치 스타일 파티 의상을 판매하다가 유대인 단체의 항의를 받고 중단했다. 올해 초 대만의 한 식당에선 ‘나치 만세’라고 이름 붙인 독일 소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이충형 기자 ad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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