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본고사 논란 '수리 논술' 폐지 방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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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가 사실상의 본고사라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수리 논술'을 이르면 수시 2학기 신입생 모집 때부터 폐지할 방침이다. 고려대 관계자는 8일 "최근 대학 고위 관계자들이 논란의 대상인 현행 수리 논술고사를 놓고 논의한 결과, 앞으로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며 "입학전형관리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최종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려대는 9일께 기자회견을 열고 수리 논술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수시 2학기 모집과 정시모집 등 앞으로 치러질 전형에서는 수리 논술을 보지 않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고려대는 그러나 이날 치러진 수시 1학기 모집 입학시험에서는 당초 예고된 대로 언어 논술과 함께 수리 논술고사를 실시했다. 고려대는 수시 1학기 모집에서 학생부(30%)와 언어 논술(인문계 45%, 자연계 25%), 수리 논술(인문계 25%, 자연계 45%)로 신입생을 뽑는다.

교육인적자원부의 '논술고사 가이드라인'이 이달 말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고려대가 수리 논술을 없애면 통합교과형 논술고사를 도입키로 한 서울대 등 다른 대학의 논술고사 출제 방향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 강남 학원가 등 사교육 시장의 과열을 불러온 '본고사형 논술' 파문도 진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인묵 고려대 입학처장은 "주위 환경이 변하고 비바람이 부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며 수리 논술이 본고사가 아니라는 기존 입장이 바뀔 수밖에 없는 사정을 설명했다. 그는 "수시 1학기 논술시험 다음날인 9일께 기자회견을 하고 수리 논술에 대한 대학의 입장을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고려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교육부의 논술고사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따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교육부 박융수 학사지원과장은 "고려대가 현재 형태의 수리 논술을 폐지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들었다"며 "논술고사 가이드라인 발표를 앞두고 매우 바람직한 조치"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번 주중 논술시험 가이드라인 시안을 마무리짓고 다음주에는 대학과 교육발전협의회 등 관계 기관의 의견을 수렴한 뒤 30일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남중.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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