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한식당'뉴욕에 새 물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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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치의 매력"이란 주제로 맨해튼 한국식당의 고급화 전략과 변화상을 소개한 뉴욕 타임스 지면.

소란한 불고기집으로 통하던 미국 한식당들이 뉴욕 한복판에서 세련된 고급 레스토랑으로 거듭나고 있다.

뉴욕 타임스(NYT)는 7일 미국인들을 겨냥해 서비스와 분위기를 업그레이드한 한식당이 맨해튼 곳곳에 생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김치의 매력(Kimchi Chic)'이란 기사에서 최근 변화를 한국 요식업계의 '뉴 웨이브(New Wave.새 물결)로 비유하며 차별화 전략을 소개했다.

그간 맨해튼 내 한식당들은 대부분 한인타운인 32번가 일대에 밀집해 있었다. 불고기.갈비 등이 주메뉴. 공짜 반찬에 숨가쁠 정도로 빠른 서빙이 특징이었다. 또 밝고 시끄러운 분위기로 '병원 응급실'을 연상시켰다는 것. 그러나 신세대 한식당들은 우선 한인타운 아닌 소호 등 시내 각지에 흩어져 있다. 또 데이트에 딱 좋을 정도로 분위기가 우아한 데다 서비스도 자상하다. 음식을 내는 방식도 다르다. 한꺼번에 공짜 반찬을 내지 않고 하나하나 돈을 받고 내놓는다. 음식 재료 및 조리 방식 등을 손님들에게 상세히 설명함으로써 한식에 생소한 손님의 호평을 받고 있다. 현지인 입맛을 감안해 덜 맵게 요리하는 음식점도 적잖다. "최고급 음식점으로 자리 잡은 일식당을 능가할 야심이 보인다"고 NYT는 설명했다.

대표적 사례로 소개된 '코리안 템플 퀴진 (Korean Temple Cuisine.사찰 음식 전문점)'은 2003년 3월 맨해튼 이스트 빌리지에서 개업했다. 젊은층이 좋아할 발랄한 실내디자인과 자상한 음식 설명으로 뉴욕 매거진.타임아웃 등 18개 신문.잡지에 소개될 정도로 유명하다. 한인 1.5세대인 여주인 맹기선(제니퍼 맹.23)씨는 "빨리 먹고 빨리 나가라는 식의 분위기 대신 느긋하게 한국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신경을 쓴 게 매력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2~3년 내 생긴 뉴 웨이브 식당으로'와와 캔틴''수라''한가위' 등이 함께 소개됐다. 소호의 '우래옥'은 1990년대 말부터 고급화 전략을 펼쳐온 사례로 소개됐다. 우래옥은 퀜틴 타란티노 감독 등 연예계 유명인사들이 자주 찾는 곳으로 알려졌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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