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매카시 청문회' 녹취록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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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1950년대 미국을 '반공 선풍'속에 몰아 넣으며 매카시즘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냈던 조셉 매카시 상원의원의 '반공' 청문회 기록이 5일 50년 만에 공개됐다.

미 상원이 이날 공개한 청문회 녹취록에 따르면 매카시 의원은 옛소련과의 냉전이 고조됐던 1953~54년 공산주의자를 색출한다며 공무원.군인은 물론 작곡가.회사원.교사에게까지 유명.무명을 가리지 않고 4백여명을 줄줄이 소환해 청문회 자리에 앉혔다.

대부분은 공산당원과 방을 함께 썼거나 러시아 출신이라는 등 '별것 아닌 혐의'로 소환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무부 외교관이었던 블라디미르 투메노프는 터키 이스탄불의 러시아 대사관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불려갔다.

그러나 투메노프는 17년 러시아 혁명 직후의 혼란기 때 이스탄불에 동시에 주재했던 백군 대사관과 적(赤)군 대사관 가운데 백군 대사관에서 태어났다.

신문사 '피플스 데일리'의 한 여비서는 흑인의 역사를 설명하는 강연에 참석했고, 그녀의 상사가 한때 공산주의자였다는 이유만으로 조사를 받았다.

'공산당원'이란 혐의로 불려간 국무부의 여성 경리 애니 리 모스는 조사 결과 '마르크스'가 누군지도 모르고 있었다.

미 육군 통신대의 새뮤얼 색은 공산당원 부부와 잠깐 동안 같은 아파트에서 살았다는 이유로 불려갔다.

미국의 유명한 음악가였던 에어런 코플랜드도 매카시의 조사를 받았다. 공산주의자임을 실토하라는 매카시의 추궁에 그는 "나는 교향곡을 만들며 살았지, 정치 사상가는 아니다"라고 버텼다.

녹취록 공개를 주도한 수전 콜린스(공화).칼 레빈(민주)상원의원은 "매카시즘의 독주를 보고 젊은 세대가 교훈을 얻었으면 한다"며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기를 기대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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