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신도특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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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칼을 뽑아든채 눈을 부릅뜬 무시무시한 신장님이 서있는가 하면 단정하게 머리를 쪽진 온화한 표정의 정절부인도 있다. 모두 1백5점.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무신도특별전광경이다(24일까지).
우리 민족의 가장 오랜 종교인 무교의 믿음을 그린 무신도(무속화라고도 한다)에는 크게 세종류로 나눠볼수있다.
첫째는 민족의 시조로 섬기는 단군을 비롯, 역대의 성왕과, 외적과 싸워 이긴 무장을 그린것이며, 둘째는 무교에서 가장 높은 신인 제석위를 비롯한 여러신들, 그리고 무교와 관계가 깊은 산신·용신과 불교의 석가모니를 비롯한 여러 보살을 무속화하여 그린것, 마지막으로 고급관원이나 창부·마부·무당등을 그린것이 그것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옥황천존님」이 위엄을 갖추고 객을 반긴다.
오른손에 부채를 말아쥔채 두손을 정중히 한데 모은 이 옥황천존님은 입술 근처까지 내려오는 콘 귀만을 제외하면 너무나 낯익은 우리네 할아버지의 모습이다.
젊은 장수와 나이든 장수들이 함께 어울려 있는 『오방신장』은 옷차림만 아니라면 전혀 장수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 한손으로 수염을 쓰다듬으며 곁에선 장수에게 뭐라 말을 건네려는듯한 한 장수의 모습에서 회화적인 느낌까지 일으키는 작품이다.
왼쪽 입구 근처에 걸린 『산마도령』 (70×90cm·덕성여대박물관소장)은 나이 어린 도령을 주제로한 무신도. 수백년은 적히 됐음직한 산삼 한뿌리와 불로초 하나를 양손에 들고선 도령을 묘사한 이 그림은 여느 무신도와는 달리 배경인 산을 미숙하나마 원근법으로 처리하고있어 돋보인다.
우리 무신도에는 남성신과 여성신을 똑같이 그리고 있는 점이 큰 특징으로 꼽히는데 김금화씨 소장의『산마도령·산마애기씨』(74·5×97cm)는 특히 남성과 여성을 함께 다루고 있어 눈길을 끈다.
미술사적 가치나 그 특수성을 생각하기 앞서 그앞에서 정성스레 소원을 빌었을 옛조상들의 숨결을 더듬어 본다는데도 이전시회가 지닌 뜻이 충분하다고 여겨진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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