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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시단…시집이 잘팔린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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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최근들어 우리 문학은「시의 시대」라고 할만큼 시쪽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젊은 시인들의 대거등장은 몇몇 중견시인들의 지속적인 자기 세계확대와 함께 시단을 풍성하게 하고 있다. 시단의 활발함은 독자에게도 연결되어 시집들이 전에 볼수 없을 정도로 많이 팔리고 있고 출판사들은 이같은 추세에 발맞추어 신인시집·중견시인의 작품을 재정리하는 시집등을 기획해 내놓고 있다. 최근 2∼3년사이 문단에는 괄목할만한 많은 젊은 시인들이 나왔다.』
「시와 경제」 란 이름의 동인이 만들어져 홍인선·정규화·박승왕·나종영·김정환·황지우씨등이 등장했고 「오월시」 란 동인으로 윤재철·박계관·곽재구·최두석·김진경· 나해철씨등이 두각을 나타냈으며 최승자·최승호씨등도 문예지를 통해 나왔다.
20여명에 가까운 이들 시인들은 더러는 개인시집을 내기도 하면서 자신들의 위치를 굳혀가고있다.
이들 젊은 시인들과 함께 70년대 중반에 나온「반시」 동인들인 정호승 이종육 김창완 김명인 권지숙 하종오씨등과 이간순 김준봉 장석주 설정희 이시영씨등도 끊임없이 작품을 내놓고있다.
이들 젊은 시인들이 독자와 호흡을 함께하면서 독자층을 넓혀가는 것은 그들의 시가 시의 귀족화에 반대하고 현실생활에 뿌리박으려 애쓰고 있어 독자의 공감을 얻고있는 일면과 함께 사의·역사등의 문제에 대해 치열하게 맞서나가려는 자세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문학평론가 김치수씨는『이들의 치열한 문학의식이 독자들의 문학에 대한 요구와 갈증을 어느정도 만족시켜주었다』 고 지적하고 있다. 즉 독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시를 쓰면서도 그속에 강렬한 매시지를 담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시에서의 이같은 활기는 소설의 쇠퇴라는 현상과 대비되어 살펴볼 수도 있다.
문학평론가 권영민씨는 「70년대가 소설의 시대였다고 한다면 그것은 그때의 소설들이 산업사회에서의 노동자의 문제, 역사의식이나 사회의식에 근거한 작품이 많이 나와 독자들이 호응했기 때문일 것이다』 고 전제하면서 최근에 들어 이러한 작품들이 많이 나오지 못한 것이 소설독자의 감소를 가져온 요인이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 최근의 소설들은 현실에 대한 깊이있는 분석과 이의 문학적 전개를 만족스럽게 하지 못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최근의 소설들은 현실을 이야기하면서 흔히 우화적인 방법을 이용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독자로서는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다.
젊은 시인들의 의욕적인 작품과 함께 시단에서는 중견이라고 할 이성부·최하림·황동규·오규원·정현종·신경림·정희성씨등이 내면의 깊이를 더해가는 혹은 역사의식·분단상황등의 문제에 천착하는 작품들을 내놓아 독자들의 관심을 놓치지 않고 있다.
출판계는 이같은 시인들의 활동과 독자들의 관심을 연결시켜 많은 시집을 내놓고 있다. 출판계관계자들들 『요즈음들어 시집은 대개 초판(2∼3천부)을 소화시키고 재판이상 찍어낼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고 말하고 있다.
출판사들은 신인들의 시집도 과감하게 내놓고 있다. 「창작과 비평」 「문학과 지성」 「평민사」 등이 이들 출판사들. 이에비해 「민음사」 「지식산업사」 「문학예술사」등은 중견들의 작품집을 많이 내는 편이다. 이중 「지식산업사」 는 시인 최하림씨가 편집주간을 말으면서 70년대의 시인을 경리하는 한국현대시인선(이성부·정현종등)을 내놓고있어 주목된다.
시집이 활발하게 나오는 것은 최근의 독자성향과도 관계가 있다. 우리 독자들의 책에 대한 관심은 문학과 사회과학으로 양대별하여 주기적으로 바뀌어온 경향을 보여왔는데 최근에 문학독자가 차차 늘어가고 있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문학에 대한 독자의 관심은 지난 70년대말 소설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가 있은후 4∼5년간 급격하게 줄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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