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잠시 휴회했지만 … 북·미 모두 재개 의지 확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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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左)와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中)가 7일 오전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의장성명을 발표하는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을 보고 있다. [베이징AP=연합뉴스]

4차 6자회담이 끝내 결론을 내지 못했다. 현재 북핵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외교적.평화적 공식 기회는 6자회담이다. 6자회담이 어려움을 겪을수록 북핵 위기는 증폭된다.

미국과 북한은 평행선을 달린다. 평화적 핵 이용 여부와 핵 폐기 범위가 '근본적 문제'다. 회담 관계자는 7일 "미국은 핵 문제만 해결되면 무엇이든 해줄 수 있다는 태도였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가 보장하는 평화적 핵 이용 권리와 기존 핵 시설의 유지를 요구했다. 양측의 조건이 충돌한 구체적인 내용은 경수로다. 북한은 경수로 재개를 합의문에 넣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크리스토퍼 힐 미국 수석대표는 이날 "경수로 문제는 (6자회담) 테이블 위에 없다"고 단언했다. 수용 불가란 얘기다.

미국은 지난봄 NPT 전체 회의에서 핵에너지 전용 우려 국가엔 평화적 핵 이용권을 제한해야 한다며 NPT 조항 개정을 요구했다. 북핵 개발을 막지 못한 제네바 합의를 반복해선 안 된다는 부시 행정부의 판단도 경수로 불가 등 예외 없는 폐기 원칙에 작용했다.

이에 대한 북한의 거부는 결국 북한이 핵 카드를 마지막까지 쥐고 있겠다는 뜻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북핵 문제가 해결돼도 인권 문제가 남기 때문이다.

인권 논란은 체제 유지와 직결된다. 부시 2기 행정부와 미 의회는 지난해 '북한인권법'을 통과시켰고, '2005 민주주의 증진법안'도 추진 중이다. 북한은 이 법이 겨냥하는 대상국이다. 그래서 핵 문제를 여전히 남겨 카드로 쓰려는 것 아니냐는 추론이 나온다. 또 북한 경제를 위협하는 심각한 전력난을 자주적으로 해결하려면 경수로와 같은 원전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는 분석도 있다.

회담 막판에 평화적 핵 이용 문제는 일파만파로 확대됐다. 김계관 북한 대표는 남북 핵무기 동시 제거를 주장하며, 미국에 ▶핵공격 포기 공약▶남한 핵우산 제거▶주한미군 핵무기 검증 등을 요구했다.

▶ 북한 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7일 주중 북한대사관에서 휴회와 관련된 입장을 밝히고 있다.[베이징=연합뉴스]

남은 희망은 후속 회담이다. 북.미 모두 후속회담 재개 의지는 분명하다. 힐 수석대표는 "후속 회담이 잘되면 9월에 5차 6자회담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망은 밝지 않다. 정전협정 카드까지 꺼낸 미국이 더 양보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김계관 북한 대표 역시 베이징을 떠나며 미국에 입장을 바꾸라고 요구했다. 후속 회담에서도 소득이 없으면 북핵은 위기 국면으로 치닫는다. 미국 내에서 '양보 수정안'을 포기하라는 대북 강경론이 득세할 가능성도 있다. 중대 제안까지 꺼내 북한을 회담장으로 끌어냈던 한국의 입지도 줄어든다.

그래서 송민순 수석대표는 '바구니론'을 폈다. "과일 담는 바구니에 물을 담으려는 것은 과욕"이라는 것이다. 어떻게든 6자회담을 계속해 파국을 막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 급전직하 4차 회담=13일간의 '끝장 토론'에도 끝을 못 보자 대표단엔 허탈함이 감돈다. 회담 초반 분위기는 좋았다. 북한의 경수로 재개 요구는 전례 없이 전향적인 미국 태도와 북한의 적극성에 가려져 잠복했다. 급반전은 3일. 북한은 정색하며 경수로 재개와 평화적 핵 이용 보장을 요구했다. 미국은 "북한을 더 만날 이유가 없다"고 반발했다. 결렬 조짐에 한국은 4일 남.북.미 3자 회동을 주선했다. 그러나 북한은 "패전국도 아닌 우리가 왜 평화적 핵 이용을 못 하느냐"고 버텼다. 계속되는 평행선에 결국 중국이 나서 휴회로 회담을 마무리했다.

베이징=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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