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세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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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요즘 세상을 설명하는 말 가운데 「음란세태」가 있다.
예술활동에서는 물론 생활주변의 일상에서 성적 쾌락추구에 치우친 경향이 증가하고 그것이 보편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어느 면에서 그것은 개방사회의 특징이기 때문에 별로 염려할 것이 없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또 일면으로 그것이 사회체제의 전반적인 병리를 반영하는 위험한 증후로도 볼 수 있다.
왜냐하면 한 사회의 지속은 그 사회를 운영하는 권력의 힘과 정당성에 크게 좌우되기도 하지만 사회구조 전체의 질서의식과 정의가 유지되어야 가능하다. 사회붕괴의 대부분은 권력의 부실 그 자체보다도 오히려 사회의 구조적 불의와 도덕성의 상실에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가사회는 정치권력의 안정성을 크게 강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회정의와 성원들의 도덕적 생활윤리의 진작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비록 사회전체에 걸쳐 경제적 향상이 있고 기아상태는 면했다곤 하나 사회운행의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그에 따라 소외계층의 상대적 빈곤감과 불만이 팽창한다면 그것은 사회의 근본적 안정을 결코 보장하지 못한다.
뿐더러 사회적 성공이 오로지 금전으로 평가되는 현실에서 부의 축적이라든가 이윤추구과정의 정당성여부는 별로 중시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흔히 사회윤리의 기반은 상실되기 쉽다.
우리사회에 퍼져가고 있는 퇴폐풍조도 그 결과이다.
유흥업소의 퇴폐는 사실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그것은 「유흥」의 목적으로 설치된 특정장소의 특수성이 감안되기 때문이다.
물론 유흥업소의 퇴폐에도 한계는 있어야하고 그곳의 운영에도 일정한 질서와 윤리가 있어야한다.
그러나 최근에 들어서는 유흥업소가 아닌 일반 서비스업의 경우에도 퇴폐의 양상이 공공연히 확대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목욕업이나 이용업소의 퇴폐는 실로 위험상황이라 할 수 있다. 어느 지역에선 과거의 일반적인 통념상의 이발, 조발행위는 완전히 사라지고 대신 인간모멸적인 「음란문화」가 공식화하고 있다.
뿐더러 최근의 보도에 의하면 음란비디오의 보급으로 숙박업소에서는 물론 어린이 만화가게에까지 음란퇴폐문화가 침투하고 있다고 한다.
업주들은 「음란비디오」를 보여주고 고액의 이득을 취하고 고객은 그것을 보고 감각적 만족감을 누린다는 의미에서는, 그것은 단지 하나의 상거래로 문제거리가 안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음반에 관한 법률위반에 저촉될 뿐 아니라 사회윤리의 일반적 관행을 파괴하는 부도덕행위가 된다. 더우기 철부지 청소년들에게까지 돈 때문에 「음란」을 조장하면 어른사회의 사회교육적 책무는 완전히 포기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미성년자가 술이나 담배를 살 경우에도 어른들이 감시하고 규제하는 사랑의 책무를 다하는 것이 사회적 도덕률일진대 이같은 「음란의 보급」은 실로 이사회의 도덕적 무책임의 사실을 단적으로 설명한다고 하겠다.
오늘의 음란세태는 물론 우연히 생긴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가 안고있는 병리의 축적이 그것을 결과했다. 그러나 「두집 건너 술집이고, 세집 건너 여관」인 현실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음란풍조가 우리사회에 깊고 넓게 보급되었다는 증거인 때문이다.
물론 성의 보편화와 음란문화의 보급 그 자체를 비난할 일은 못된다. 개인의 사생활영역에선 그것은 자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점만은 명심해야할 필요가 있다. 우리사회의 음란세태가 그 자체의 특수한 질서와 윤리성을 잃고 사회적 타락과 퇴폐의 증거로서 계속 확대되기만 한다면 우리사회의 건전한 발전은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 점에서 우리는 업소들의 자제와 함게 당국의 단속강화를 요청하며 아울러 우리사회성원의 주의를 환기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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