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가입 미뤄뒀다면 지금, 조정기를 노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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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거침없이 오르던 국내 증시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사상 최고점 돌파를 눈앞에 두고 3일 간 30포인트 가량 떨어졌지만, 시장은 '기다렸던 조정'이라며 도리어 반기는 분위기다. 6월 초부터 두 달새 200포인트 가량 오른 지수는 그간 단 한 차례 조정다운 조정을 거치지 않았다.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장세를 '일시적 조정기'로 보고 적립식 펀드나 저평가 종목을 골라 장기 투자하는 투자 요령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내년에도 오를 종목 골라라=최근 증시는 전형적인 순환매 패턴을 보였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도로 정보기술(IT)주들이 상승세를 탄 이래 금융→자동차→건설→증권 등의 업종들이 차례로 바통을 이어가며 올랐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웬만한 종목은 돌아가면서 다 올라 더 살 종목이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아직 틈새는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많이 사들인 종목과 내년에도 실적이 좋아질 종목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외국인들은 단기보다는 멀리 내다보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아 이들이 사들인 종목은 아직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들은 올들어 은행주 등 금융주를 많이 사들였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산 종목은 지난 3일 현재 국민은행(4890억원)이었으며, LG카드(4045억원)가 두 번째, 하나은행(3399억원)이 4위였다.

한화증권 정영훈 기업분석팀장은 "최근 오른 종목들은 대부분 2005년 하반기 실적이 이미 반영된 것들"이라며 "이제부터는 자동차 등 내년에도 실적 호조가 기대되는 업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아예 이번 주가 조정 시간을 '자동차 종목의 저가 매수' 기회로 삼으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자동차 업종이 여전히 저평가돼 있는데다 완성차 업계의 내년 노사협상도 지난해처럼 짧게 끝날 가능성이 커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다.

이밖에 원화가 달러당 1010원대로 다시 급락하면서 원화 강세의 수혜주들이 다시 종목 분석가들의 매수 목록 상위에 올랐다. 한국전력.포스코.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이 대표적인 원화 강세 수혜주로 꼽힌다.

◆적립식펀드 가입 호기=지수 하락으로 적립식펀드는 오히려 수익률을 높일 기회를 찾았다. 적립식펀드 특유의 '분산 매입 효과'를 십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우증권 송석준 상품개발마케팅부 팀장은 "적립식 투자는 매월 일정 금액을 정해 주식을 사들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시세 조정을 받으면 낮은 가격에 더 많은 주식을 사 평균 매수 단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주가가 계속 오르기만 한다면 한꺼번에 목돈을 투자하는 거치식이 낫지만, 주가의 오르내림이 심하거나 조정 장세에서는 적립식 투자가 강점을 발휘한다는 것. 특히 장기 간접투자자에게는 수익률 변동성이 낮고 하락장에서 떨어지는 폭이 작은 적립식펀드가 적합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펀드평가사인 제로인 이재순 조사분석팀장은 "지수가 큰 폭으로 내렸을 때 싸게 사놓으면 이후 주가가 오를 때 더 큰 수익률을 낸다"며 "장기적으로 대세 상승이 점쳐지는만큼 요즘처럼 조정을 받을때 가입을 고려할만하다"고 조언했다.

랜드마크투신운용 김일구 본부장은 그러나 "적립식 펀드를 포함한 간접투자는 개인이 하기 어려운 분산 투자를 전문가에게 말 그대로 맡긴다는 뜻이므로 장세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표재용.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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