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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의 궁전 미 NSA<국가보안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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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의 정보기관이라면 누구나 CIA를 연상한다. 그러나 CIA나 FBI의 「명성」뒤에 숨어 정작 가장 방대한 조직을 가지고 첩보활동의 대부분을 수행하는 것은 이름도 생소한 NSA (국가안보국)란 기관이다.
미국인들 자신도 NSA란 게 있는 것을 전혀 모르거나 NSC(국가안전보장회의)와 혼동하기도 한다. 이 극비기관의 내막이 곧 출판될 『수수께끼 궁전』이란 책자에 의해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
메사추세츠주의 변호사이며 한때 NSA사무직원으로 일했던 제임즈·뱀포드(35)가 쓴 이 책이 밝힌 NSA의 이모저모를 알아본다.
메릴랜드주 포트미드에 있는 NSA의 본부 콤파운드는 미 국방성을 제외한 어느 기관보다도 크다.
미국이 통신위성이나 각종 전자장치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는 소위 「전자첩보」활동의 대부분은 이곳에서 행해진다.
NSA는 인도양상공 2만2천마일 궤도에 여러개의 첩보위성을 띄워놓고 있으며, 두 군데에 거대한 안테나센터를 갖고 있다.
본부지하실에는 수많은 초정밀컴퓨터들이 전세계의 정찰기지에서 들어오는 엄청난 정보량을 소화해낸다.
NSA의 전자장비들은 마음만 먹으면 지구상에서 교신되는 모든 전화·전보·텔렉스 등을 도청할 수 있다. 도청된 내용은 사람이 일일이 볼 필요도 없다.
컴퓨터들은 암호해독을 할뿐 아니라 도청된 통신내용들을 고속도로 읽어가면서 정보가치가 있는 내용임을 시사하는 소위 키·워드를 찾는다. 또 타국의 군사관계통신을 수집, 분석해 군사력 배치나 이동상황을 알아내기도 한다. 이 작업에는 첩보위성의 역할이 크다.
NSA는 79년에 이런 방법으로 북한의 군사력을 정확히 탐지했으며 당시의 카터 대통령은 이 정보를 토대로 주한미군 철수계획을 포기했다.
같은 해 쿠바에 소련군 전투여단이 들어가 있음을 알아낸 것도 NSA였다. NSA의 민간인 직원수는 1만명 남짓.
이밖에 육·해·공군 및 해병대에서 약 4만5천명의 현역군인들이 NSA의 일을 돕고있어 실제로는 6만명 정도.
요원들은 세계곳곳에 설치된 첩보기지에서 매일막대한 양의 정보를 본부에 보내온다. NSA본부에서 하루에 처리되는 비밀문서량은 40t이나 된다.
첩보기지의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다. 현지의 정세에 따라 끊임없이 생기고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란북쪽 국경부근에서 소련의 미사일실험을 관찰하던 2개의 기지는 팔레비와 운명을 같이 했다. 대신 중공과 교섭, 중공서부 산악지방에 새 극비기지를 건설했다.
NSA의 안테나센터 두 군데가 모두 민간통선위성지구국 부근에 설치돼 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위성을 통해 미국으로 들고나는 통신내용의 대부분을 NSA가 엿들을 수 있다는 얘기다.
NSA측은 『엿듣는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얘기며 이 지역이 통신방해를 덜 받기 때문에 소련 위성의 전파를 잡기 쉬워 선택한 것』이라고 변명한다.
그러나 막강한 첩보기관인 NSA도 소련의 두터운 벽은 쉽게 뚫지 못한다.
소련의 정보교신량 중 NSA등 미국기관들이 잡아내는 것은 불과 25%정도. 그나마 소련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보호조치를 잘 하지 않는 정보뿐이다.
NSA의 가장 큰 장기인 암호해독력도 소련쪽엔 별볼일 없다. 미국은 I940년대 말 소련스파이 로젠버그 부부를 잡아낸 이후로는 아직까지 소련의 주요암호를 게대로 해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암호해독이 잘 안되는 경우엔 CIA나 FBI의 「행동대원」들을 이용하기도 한다.
60년대 어느 해에는 프랑스의 외교통신 암호를 깨기 힘들자 워싱턴에 있는 프랑스대사관의 정보요원을 CIA가 매수한 후 FBI요원들이 대사관에 숨어들어가 암호해독요령이 기록돼있는 자기테이프를 훔쳐내 복사하기도 했다.
NSA는 뱀포드의 폭로책자가 사실을 엄청나게 왜곡하고 과장했다고 비난한다. 또 뱀포드가 사용한 자료 중 일부는 착오로 공개된 비밀문서들이기 때문에 출판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 국내법에 따르면 비밀정부를 출판했을 경우 최고 10년징역에 1만달러의 벌금이 병과되는 만큼 뱀포드와 NSA의 승강이의 귀추가 주목된다. <뉴스위크·9월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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