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이란 핵 포기 땐 경제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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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유럽연합(EU)이 5일 이란에 핵 활동 중단에 따른 대가를 내용으로 한 제안서를 보냈다. 평화적 목적을 제외한 모든 핵 활동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이란을 중앙아시아와 유럽의 에너지 수송로로 삼는 등 서방과 이란 간의 전면적 관계 회복을 약속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AFP 통신은 "이란이 EU의 제안을 거부하고 우라늄 변환 작업을 재개하겠다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에 다시 긴장이 감돌고 있다. 한편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영국.프랑스.독일 등 EU 3개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란에 제안서 검토를 촉구하는 것을 안건으로 한 이사회를 9일 열기로 이날 결정했다.

◆ 제안서 내용=한마디로 '평화적 목적을 제외한 핵 활동 포기=서방과의 관계 회복'이다. 로이터 통신이 입수한 제안서 요약본에 따르면 EU는 이란이 핵 연료를 자체 생산하지 않고 서방이 제공한다는 조건으로 경수로나 실험용 원자로 등 이란의 평화적 핵 개발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사용한 핵 연료봉은 이란이 무기로 사용할 수 없도록 외국으로 반출해 폐기하도록 했다. 제안서는 이란을 중앙아시아와 유럽의 석유.가스 등의 수송로로 삼겠다는 '당근'도 제시했다. 뉴욕 타임스(NYT) 인터넷판은 이날 서방 외교관들을 인용, "이란이 핵 개발을 포기하고 인권 증진, 테러 척결 등에 협조하면 기술 제공과 무역상의 특혜 같은 광범위한 이란-서방 간 관계 회복이 제안서에 약속돼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미 정부는 제안서 내용에 동의했다고만 밝혔다고 전했다.

◆ 이란 거부=AFP 통신은 "이란이 제안서를 도저히 수용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에 핵 활동 영구 중단을 요구하는 것은 2년 전 유럽 입장에서 전혀 진전된 부분이 없다"는 것이다. 후세인 무사비안 이란 핵 협상단 대변인은 "이스파한 인근 원전의 우라늄 변환 작업을 재개하겠다는 우리의 계획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EU는 제안서가 파격적 호의를 담고 있으니만큼 당연히 이란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본다. 필리프 두스트 블라지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란이 제안을 거부할 경우 국제적으로 큰 위기가 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란은 지난달 31일 돌연 "EU가 8월 1일까지 제안서를 주지 않는다면 핵 활동을 재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놨었다. 이란과 협상에 나섰던 영국.독일.프랑스 등 EU 3국은 당시 이란이 핵 활동 중단 약속을 깰 경우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겠다고 경고했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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