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도청 '핵폭풍'] 국정원이 사용한 두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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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시인한 휴대전화 도.감청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유선 중계통신망을 이용하는 것이다. 휴대전화 통화를 중계하는 기지국 사이의 회선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는 방법이다. 휴대전화로 말하면 이 음성은 일단 디지털 코드로 바뀌어 무선 전파를 타고 기지국으로 보내진다.

다음 이 코드는 기지국에서 풀려 음성으로 전환, 유선 전화망을 타고 이동통신업체의 교환기로 간다. 교환기는 이를 다시 통화 상대자와 가장 가까운 또 다른 기지국으로 보내고 이때 음성이 디지털 코드로 바뀌어 통화 상대 휴대전화기로 간다. 그래서 국정원은 기지국과 기지국을 연결하는 회선에 도청 장비를 꽂아 통화 내용을 엿들었다는 것이다.

한 통신업계 전문가는 "국정원이 유선 중계통신망을 통해 휴대전화 도청 때 이동통신사의 협조를 직.간접적으로 받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A 도청방지 업체 관계자는 "도청 장비를 이동통신 환경에 맞게 조정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며 "해외에서 개발한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휴대전화 도청 장비도 국내 통신 시스템에 맞게 조정해야만 한다"며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했다. 다른 방법은 휴대전화 사용자를 쫓아가면서 무선 전파를 가로채 엿듣는 것이다. 이때 이동식 휴대전화 도청 장비가 사용된다. 그동안 CDMA는 음성이 디지털 코드로 바뀌어 송수신되기 때문에 중간에 전파를 가로채더라도 통화 내용을 해독하기 어렵다고 알려졌었다.

그러나 포항공대 전자전기공학부 이필중 교수는 "기술이 발달해 디지털 코드를 풀어내는 열쇠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고 설명했다. 국정원도 휴대전화 전파를 가로채는 디지털 수신기와 디지털 코드를 풀어내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등으로 구성된 이동식 휴대전화 도청기를 독자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 장비는 통화자의 반경 200m 안에서만 도청할 수 있다. 국정원은 그러나 2000년 9월 보안 기능을 강화한 CDMA-2000 방식의 휴대전화가 나오면서 이런 방식의 도청 자체가 불가능해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미국의 HSS사는 자사의 CDMA 도청기 G-Com 2066이 CDMA-2000 방식의 휴대전화를 도청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CDMA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퀄컴의 한국법인 관계자는 "이론상으로 CDMA 휴대전화의 도청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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