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학Ⅱ 복수정답 “1·2등급 1000명 등급 하락”

김성훈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24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2015학년도 수능 영어 25번, 생명과학Ⅱ 8번의 복수정답을 인정 하는 브리핑을 했다. 김 원장은 이날 출제 오류에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뉴시스]

지난 13일 치러진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생명과학Ⅱ 8번과 영어 25번 문항에 대해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4일 복수정답을 공식 인정했다. 1994년 수능 도입 이후 문항 2개가 한꺼번에 오류로 인정된 것은 처음이다. 수학B형과 영어가 매우 쉽게 출제돼 ‘물수능’ 논란이 인 데 이어 출제 오류까지 확인되면서 수험생의 혼란이 극심해지고 있다. 김성훈 평가원장은 “이의 접수된 131개 문항을 심사한 결과 생명과학II와 영어 2문항에서 복수정답을 인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혼란과 불편을 끼친 데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생명과학II 8번 문항은 기존 정답 4번 보기 외에 2번이, 영어 25번 문항은 4번 보기 외에 5번이 추가 정답으로 인정됐다. 생명과학II 전체 응시자 3만3000여 명 중 추가 정답자가 2만여 명이나 되고 최상위권 수험생의 등급이 대거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입시업체에 따르면 생명과학Ⅱ에서 추가 정답인 2번 보기를 택한 수험생은 60~70%다. 이들은 원점수와 표준점수·백분위가 올라 유리해진다. 반면 기존 정답인 4번이나 오답인 1, 3, 5번을 고른 수험생은 표준점수·백분위 등이 가채점 때보다 하락해 불리해진다. 등급 컷 근처에 있던 수험생들은 등급도 내려간다.

　입시업체들은 등급이 오르는 수험생이 3400~4000명, 등급이 하락하는 수험생이 1700~6000명일 것으로 추정한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2번 보기를 고른 2만 명 중 표준점수가 1점 오르는 학생이 1만1000명, 그대로인 학생이 9000명가량일 것”이라며 “나머지 6000명 중 대부분은 표준점수 1~2점, 백분위 1~4점이 각각 하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상위권 상당수가 해당 문항에서 기존 정답을 맞혀 등급 하락이 많이 발생할 전망이다. 진학사 김희동 입시전략연구소장은 “가채점에서 1~2등급에 속한 수험생 중 복수정답으로 등급이 오르는 수험생은 한 명도 없고, 1000여 명은 한 단계씩 등급이 내려가는 걸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수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낭패를 볼 수 있는 셈이다. 유웨이중앙교육 이만기 평가이사는 “상위권 대학에서 과탐은 백분위에 근거한 변환표준점수를 쓰는데 2번 보기를 택하지 않은 수험생 중 1만1000여 명의 백분위가 하락할 전망”이라고 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생명과학II를 본 수험생 중 의학계열 지망생이 많은 데다 상위권 대학에선 정시 과탐 반영 비율이 30%로 높아 복수정답 처리가 당락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입시업계는 영어 25번 문항은 기존 정답인 4번을 선택한 비율이 79%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추가 정답으로 인정된 5번 선택자가 5%에 그쳐 복수정답이 인정돼도 평균은 약 0.1점 상승하는 데 그친다. 등급이나 표준점수, 백분위 산정에 큰 영향이 없다는 얘기다.

　◆국어·탐구 잘 봤으면 소신 지원해볼 만=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가장 쉬웠던 수학·영어에서 한두 문제를 틀렸더라도 국어와 과탐을 잘 봤다면 수학·영어 만점자보다 표준점수가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희동 소장은 “가채점에서 1등급 표준점수가 66점으로 나온 화학I보다 68점으로 예상된 물리I을 치른 수험생이 유리해질 수 있다”고 했다.

　교육부는 외부 인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수능 출제·운영 체제 개선 위원회’를 구성해 내년 3월까지 개선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황우여 교육부총리는 “20년 된 수능이 시대적 흐름을 맞추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어 중장기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석수 교육부 대학지원실장은 “EBS 연계 여부와 절대평가 전환 등을 포함해 수능 체제 개편 전반에 대한 논의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성탁·윤석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