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부자」는 여기에도|81년 소득 랭킹을 보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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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세월이 옛날 같지가 않다. 지난 몇년동안 듬뿍듬뿍 들어오던 중동의 오일달러유입이 더디자 재벌들의 소득도 뚝 떨어졌다.
짭짭한 맛이 없어졌다. 지난79년에 무려 1백정억원을 벌어 연3년째 종합소득 랭킹1위를 기록했던 정주영 현대건설회장의 경우 80년에는 소득이 25억원으로 크게 줄어 2위에 머무르는가 했더니 작년에는 16억원 밖에 벌지 못해 다시5위로 밀려나고 말았다.
한진의 조중훈회장은 80년에 이어 작년에도 1위를 차지했지만 소득은 1년 동안 약 40% 줄어든 26억3천만원을 기록했다. 한달 월급으로 치자면 2억2천만원, 80년보다 1억2천만원의 감봉처분을 받은 셈이다.
70년에는 월남전 특수경기를 타고 1위로 부상했던 조회장은 월남 붕괴와 함께 패색이 짙어 77년에는 10위까지 밀려나는 듯 했다. 그러나 방대한 항공사업을 독점하고 있는 위세를 물아 다시 상위권으로 돌진, 78, 79년에는 줄곧 2위를 지켰다.
항공기산업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그는 10년만에 차지한 상석에 계속 눌러앉고 있다.
내로라하는 경제계의 거성들을 제치고 2위에 뛰어든 이희재씨(65)가 어떤 벼락부자인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씨는 업계에 거의 알려져 있지 않는 광업인. 그는 65년부터 문경에서 석탄광을 개발, 수익을 올렸으며 뒤이어 부산에 일자표 연탄공장을 세웠다.
또 제천에 석회석광산을 개발해 적지 않은 돈을 벌었다. 80년 그의 소득랭킹은 99위. 또 이강학 고려통상 사장이 작년의 2백15위에서 금년엔 30위로 뛰어올라 주목을 받고있다.
이사장은 자유당때 치안국장을 지냈고 현재는 수산업과 태연각 호텔을 경영하고있다.
78년까지만 해도 소득격차가 컸던 동아그룹의 최준문회장과 최원석사장등 두 부자는 79년부터 연3년째 계속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올라오다가 81년에는 3,4위를 차지했다. 두 사람의 소득은 호·불황에 관계없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 특색이다.
경제구조가 바뀜에 따라 현대 정회장 가족의 아성도 무너지는 듯하다. 78,79년 계속해서 5위권 안에서 네자리를 차지했던 정회장 일가가 이번에는 오로지 정회장 혼자뿐이다. 80년에는20위권에 들어가는 일가가 5명이었으나 81년에는 사위인 정희영씨(당시 현대종합상사사장)가 10위, 동생 정상영씨(고려화학사장) 1위 등 3명으로 줄어들었다.
동생인 순영씨(현대시멘트사장)는 23위에서 25위로, 다섯째 아들인 몽헌씨(현대건설 주주)는 6위에서43위로 물러났다.
장녀인 사채사건에 관련돼 단기금융업 법 위반으로 1년에서 징역2년을 선고받은 곽경배씨 (35)가 느닷없이 소득랭킹6위로 나타난 것은 전혀 의의의 일이다. 그는 비밀리에 거액의 자금을 바둑돌 굴리듯 해 왔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도진실업 대표로 부동산 임대업을 하고있는 곽씨의 작년소득은 12억6천만원으로 현대그룹 정회장을 뒤쫓을 정도로 막강한 위세를 보이고 있다. 그의 이번 소독규모도 사상사건 때문에 정체가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불황 속에서도 소문 안나게 차곡차곡 돈을 벌어들인 사람들은 화장품회사 사장들. 서성환 태평양화학 회장은 75년 이후 계속 15위권 안에서 오르내렸으며 작년에는 7위로 부상.
이제까지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피어리스의 조중민사장도 4억6천만원을 벌어들여 17위를 기록했다. 그는 대자그룹이 피어리스에서 손을 뗀 뒤에도 그 지분을 모두 인수, 74년이후 줄곧 사장직을 맡고있다.
이병철 삼성그룹회장은 20위에서 15위로 올라갔으며 아들 이건희 부회장은 2년째 11위를 고수.
78, 79년 계속해서 20위권에 있었던 김우중 대우그룹회장은 80년에 이어 작년에도 20위안에 얼굴을 내밀지 않고 있다. 사재를 재단에 출연했기 때문이다.
최종현 선경그룹회장과 양정모 국제상사사장은 모두 40위권 밖에서 20위안으로 손쉽게 올라선 사람들이다.
상위20위안에든 건설회사회장 또는 사장은 겨우 5명. 마이너스 성장을 했던 80년에도 10위안에 건설회사경영자들이 8명이나 끼여있었다. 중동시장은 이미 달러박스가 아니다.
대림산업의 경우 이재준회장의 2남인 이부용전무는 소득순위 25위에서 33위로 밀려났으며, 이필웅부사장은 32위에서 41위로, 장남인 이준용사장은 24위에서 50위로 후퇴했다.
2위인 이희재씨 외에 일반광을 개발하고 있는 영풍광업의 장철진사장은 32위로, 함태광업소의 김세영사장은 49위로 발돋움해 근래에 없이 광업 인들의 소득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신흥재벌로 각광을 받고있는 사람은 소득랭킹 44위인(주)신성의 신유호사장. 상장기업 경영인이면서도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의 5개 프로젝트에 참여, 건축공사를 맡고있다.
75년 광명인쇄소사장으로 20위를 차지했던 이학수씨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고려원양을 끌고 나와 46위를 기록했다.<최철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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