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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이 경쟁력이다] 전남 강진 '청자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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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 강진 청자문화제 도자기 체험에 나선 어린이들이 성형이 끝난 청자에 문양을 새기는 모습을 신기한 듯 쳐다보고있다. 강진=양광삼 기자

지난달 31일 청자문화제(7월30일~8월7일)가 열리고 있는 전남 강진군 대구면 사당리 청자골. 도차기 체험관에는 도자기를 만드는 관광객들로 가득찼다.자리를 잡지 못한 사람들은 줄을 서 순서를 기다렸다.

서울에서 온 김성근(43).고연숙(39)씨 부부는 서툰 손놀림으로 물레를 돌리느라 진땀을 흘렸다. 김씨는 자신이 만든 밥 그릇 표면에 학(鶴) 문양과 함께 새긴 하트 모양 안에 '술담배를 줄일게…'라고 적어 아내에게 선물했다. 강진군은 지난달 30일부터 2일까지 청자골을 찾는 관광객은 35만여명이며 축제기간 모두 80만명 이상이다녀 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지난해에는 75만여명이 찾았다. 4년 연속 문화관광부로부터 최우수 축제로 선정된 청자문화제는 전통 자원을 대중화 시켜 지역경제 활성화로 끌어올린 성공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 체험관광지로 성공한 청자골=강진군은 도자기 원료인 고령토와 참나무 등이 풍부하고,일본~한국~중국을 연결하는 중심 항로로 지리적 여건이 좋아 고려시대때 청자생산 중심지로 유명했다. 지금도 곳곳에 흩어져 있는 고려시대(11~12세기) 때 가마터 200여곳이 당시 청자산업이 얼마나 활발했는지를 짐작케 한다.

그러나 청자는 그동안 일부 부유층의 상징물로 취급돼 대중성이 없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거의 기여하지 못했다. 강진군은 1994년 청자를 대중화하기로 하고 대구면 사당리 일대 청자골을 보고만 가는 관광지에서 도자기를 직접 만들어 보는 체험관광지로 바꾸기 시작했다. 154억원을 들여 청자골 4만5000여평에 .청자박물관.도자기 체험관.도예문화관 등을 신축했다. 2008년까지 60억원을 들여 공예촌.공방을 비롯해 호텔 등 위락시설을 갖춘 관광단지를 조성중이다. 체험관에서는 관광객들이 흙을 반죽하는 단계에서부터 학 등 각종 문양을 새기는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체험관은 도자기 크기에 따라 재료비로 1만~2만5000원을 받는다.관광객들이 빚은 도자기는 50일 이내에 집으로 배달해 준다. 지난 한해 동안 체험관을 찾은 관광객은 40여만명으로 입장료 및 재료 판매 등의 수입이 5억여원의 이르는 등 매년 수입이 늘고 있다.

◆ 생활도자기 개발로 활력 찾아=청자골에 있는 11곳의 도자기 제조 업체들은 2년 전부터 한 점에 수 백만원씩하는 예술품 청자 일변도에서 생활도자기 생산 비중을 높이기로 사업전략을 바꿨다. 업체들이 앞다퉈 개발한 생활도자기는 가습기를 비롯해 조명등.라면그릇.회접시.커피잔.촛대.벽거리 등 다양하다.

연꽃 모양으로 만든 도자기에 습기를 내뿜는 가습기는 10만원대로 지난해 2000여개가 팔렸다. 은은한 푸른 빛에 우아한 자태를 자랑하는 연꽃 가습기는 집안 장식용으로도 안성맞춤이어서 가장 인기가 있는 제품이다.

◆ 청자를 대중화 시킨 축제=강진군이 청자문화제를 시작한 것은 1996년. 청자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연 1회 청자문화제 때는 강진군 인구 4만여명에 가까운 3만6000여명의 관광객을 끌어 들였다. 해를 거듭하면서 청자문화제는 전국적인 축제로 떠 올랐다. 강진군은 청자와 도자기 체험 재료 판매,입장료,음식점 및 여관 등 직.간접적인 관광수입이 첫해 5억여원에서 지난해 78억여원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청자문화제가 성공을 거두자 강진군은 세계로 눈을 돌렸다. 지난달 21일 서울 코엑스 이벤트홀에서 국내에 거주하는 프랑스.미국.아프리카 등의 경제인 50여명을 초청,청자빚기체험 행사를 가졌다. 올해 축제 때 처음으로 5일을 '외국인의 날'로 지정,프랑스 등 10여개국의 홍보.경제 관계자와 가족 등 400여명을 초청해 행사를 갖는다. 황주홍 강진군수는 6월30일~7월5일 프랑스 유네스코본부와 도자기의 도시인 리모주시를 방문했다. 지난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예비 등록된 강진 도요지를 정식으로 등록 시키기 위한 홍보활동이었다. 황 군수 일행은 내년 4월3일~14일 유네스코 본부 전시관에서 '강진 청자전'을 열기로 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강진=서형식 기자 <seohs@joongang.co.kr>
사진=양광삼 기자 <yks23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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