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화 YMCA 60년(47)-국민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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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6·25때 납치된 최수순회장에 이어 박「마리아」회장 또한 10년만에 무참한 죽음을 당한 것을 Y식구들은 가슴 아프게 지켜보아야 했다. 그러나 그 슬픔이 Y활동에 큰 지장을 주지는 않았다.
이때 박 「에스더」고문총무는 각 지방Y에 격려의 편지를 보냈다. 그는 나라를 사랑하는 국민으로서 진정 우리가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를 찾고, 개혁하고, 전개하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Y의 초교파·초당파적인 특징을 한번 더 강조하면서 이것은 Y조직이 처음 시작될 때부터의 이념이라는 것을 밝혔다.
연합회는 긴급 실행위원회를 소집하여 우선 부회장 김신실씨를 회장서리로 정하고 다음 대회 때까지 회장의 업무를 맡도록 했다. 7월에 가지려 했던 21회 대회를 다음해로 연기하기로 하고 우선 안정을 되찾아 우리들이 계획한 다른 프로그램을 계속하기로 결정을 보았다. 5월21일부터 6월15일까지 지방순회도 했다.
당시 총무 이희호씨를 책임자로 대학생부·지방부의 두 간사와 함께 호남·영남지역 11개 지방Y를 순방했다. 지방Y 회원들과 행정자들에게 연합회의 순방은 절대 필요한 각성제가 되었던 것이다.
58년께 김호난박사를 중심으로 여상단체협의회가 조직되었다.
4·19사태가 있은 후 여성의 지위 향상과 국가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여성단체가 뭉쳐져야 한다는 결의를 하기위해 그해 7월19일 협의회에 가입한 여성단체 중에서도 크기로 보나 역사로 보나 가장 크고 역사가 긴 한국YWCA연합회를 주축으로 국민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시공관에서 대강연회를 가진 후 시위행렬을 하기로 했다. 시위운동의 내용은 축첩반대와 외래품 사용금지 운동이었다.
축첩반대는 축첩자 공무원을 파면할 것과 앞으로의 국회의원선거 때는 축첩자를 밝혀 절대 도장을 찍어주지 말자는 것이었다.
사진에 보이는 것같이 노인에서부터 젊은이에 이르기까지 플래카드를 높이 치켜들고 명동거리를 휩쓸었다. 대개의 남성들은 이런 시위를 못 마땅하게 생각했다.
허정임시정부를 거쳐 민주당이 드디어 집권하게 되었다. 윤보선씨를 대통령으로 한 새 정부가 서게 되었다.
이제 국민들은 그래도 새 정부에 대한 어떤 기대를 걸어보았다. 그러나 집권 첫 새벽부터 돈이 오간다는 좋지 않은 소문이 돌기 시작하여 순진한 국민들의 마음에 혼란이 오려고 할 때 5·16이 일어났다. 귀한 젊은 학생들의 순수한 의거가 그렇게도 끈덕진 야욕의 자유당을 꺾은 지 1년밖에 안 되는 5월16일 새벽 세종로 넓은 거리에 약간의 총소리가 나고는 몇 시간사이에 또다시 세상이 뒤집힌 것이다. 계엄령이 선포되고 학교도 당분간 문을 닫았다.
아무런 저항도없이 혁명은 쉽게 성공적으로 끝났기 때문에 무섭다기보다 군인들이 일반 국민의 자유를 완전히 무시하고 정치를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온건함 속에서 몇 달이 지나고 박정희라는 지도자가 부각되면서 상당히 선정을 할 것 같은 분위기를 끌고 나갔다.
의문의 눈초리 속에 비교적 안정된, 특히 생활안정에 관심을 쏟는 것 같은 인상을 주었기 때문에 범인들이 일상생활을 하는데는 불편 없이 지냈다.
그럭저럭 혁명 후 1년이 거의 다되는 62년 4월은 한국YWCA 4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4·19, 5·16 등 큰 사건들이 있은 중에서도 Y는 1년 전부터 40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했다.
40주년을 기념해서 벌었던 사업 중 큰 것 몇 가지를 들어보면 「한국Y 40년사」편찬, 회가 새로 제정(작사는 모윤숙씨가 하고 작곡은 당시 연세대학교 교수로 있던 박태전씨가 했다. 아직도 이 회가가 사용되고 있다), 시민음악회개최(당시 쟁쟁한 많은 음악가가 출연했다), 기념우표 발행, 기념예배 등이었고 그 외에도 학생부·Y틴 등 개별적으로 축제를 갖기도 했다. 10년 후 50주년 때 성대하게 하기로 하고 40주년은 음악회를 제외하고는 자체 안의 조촐한 모임이었다고 하겠다.
62년 초에 재정이 전혀 확보돼있지 못한 한국YWCA가 이제는 재원을 마련해야겠다는 의도에서 40명의 유지들로 구성된 「상록클럽」을 탄생시켰다.
이 클럽은 81년 초까지 꾸준히 한국Y 재정을 위해 계속 일해왔다. <계속> 김갑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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